나이를 먹고 보니 보이는 것들

<이적의 단어들>_이적

by 피킨무무



인간의 삶은 일회성의 생방송이라 녹화를 해서 앞으로 되돌릴 수도, 몇 배속으로 빠르게 감기도 안된다. 그래서 당시는 모른다, 우리의 삶 속 숨겨진 의미를. 나이를 먹고 보니 다시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작가도 역시 그러하지 않았을까? 인생에 흩뿌려진 낱말에 의미를 담아본다.


"농구 경기 중간엔 시계가 시시때때로 멈추지만, 축구 경기 도중엔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이 흥미롭다. 인플레이가 아니면 유의미한 시간으로 세지 않겠다는 농구의 논리와, 시간은 좌우지간 흐르는 것이고 인플레이가 아닌 순간은 추가 시간으로 보상하겠다는 축구의 논리. 물론 실세계에서 시간은 멈추지 않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고 나중에 보충해주지도 않지만, 때론 생각한다. 우리 삶에도 농구 혹은 축구의 방식으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택할지. _시간"p.47


"수도꼭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텼다. 그는 몰랐다. 그 또한 먼저 떨어진 물방울 덕에 서서히 물방울로 자라났음을. 그가 떠난 뒤에 역시 그와 닮은 물방울 하나가 같은 자리에 자라날 것을. 낙하의 순간이 다가온다. _물방울" p.83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그는 완벽한 꿈의 베개를 찾는 원정에 돌입했다. 부드럽되 단단하고 푹신하되 탄력있는 베개를 찾아 온 세상을 누볐다. 여정은 날로 혹독해졌고, 어느 날부턴가 그는 녹초가 되어 머리가 땅에 닿자마자 곯아떨어지고 있었다. _베개"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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