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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Oct 19. 2023

모호함의 미학

<나사의 회전>_헨리 제임스




이 작품은 1898년작이며 귀신 들린 집 이야기의 원형으로 고딕소설로 분류된다. 크리스마스에 고택의 난로가에 모여 괴상하고 오싹한 이야기를 듣는 한 무리의 사람들, 그중 더글라스라는 인물이 자신이 고이 간직해 온 한 젊은 여인의 수기를 소개한다. 영화라치면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제목이 뜨면서 본격적 이야기로 전환될 타이밍일 테다.


소설 속에서는 이때부터 가정교사였던 여인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이것은 후에 그녀가 겪은 상황 기술에 대한 독자의 믿음을 흔드는 주효한 도구로 활용된다. 그녀는 블라이의 저택에 가정교사로 취업하는데 그곳에서 천사와도 같은 외모를 가진 천진한 남매를 만나게 된다. 문제는 그 저택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전에 저택에서 일했던 퀸트 씨와 제셀 양의 유령을 마주치게 되는데 그들의 사악한 영혼은 바로 천사와 같은 아이들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악령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는데 그 무엇도 확실하게 기술되는 것이 없기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악령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단지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니었을까. 심지어 읽는 도중에 서술자가 유령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했을 정도로 모든 것이 모호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그것이 고구마로 느껴지기보다는 안개 낀 고택의 풍경처럼 고혹적으로 느껴지며 이러한 모호함은 궁금증을 증폭시켜 엔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시대를 감안한다면 굉장히 세련된 장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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