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가 아니란 걸 증명하지 못하면, 그는 나야.

<미키 7>_에드워드 애슈턴

by 피킨무무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는 본질 요소가 대체된 이후에도 여전히 본질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역설이다. 테세우스 배의 일부 구성품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 낡고 썩어서 교체되었을 때, 혹은 모든 구성품이 완전히 새로운 구성품으로 대체되었을 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혹은 <스타트랙>의 전송기를 통해 전송된 인간( 그러니까 분자단위까지 낱낱이 해체되었다가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친)은 전후를 동일인물이라 볼 수 있는가?



이런 사고 실험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미키 7>의 주인공 미키 반스는 행성 테라포밍을 하며 우주를 개척해 나가는 시대에 사는 익스펜더블(대체가능한 소모형 인간)이다. 그는 온갖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는데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는 바이오 3d 복사기로 육체를 재현하고 정신은 칩으로 업로드시켜 복제하므로 겉으로 보기엔 불사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그는 6번의 죽음을 거친 미키 7이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미키 8과 중복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미키 7과 미키 8은 동일인물인가?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p.19



설정과 던지는 화두가 참 좋다. 다소 나이브한 평화협정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 좀 아쉬운데 설정 자체가 매우 흥미로워서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의 어느 부분에 꽂혀서 영상화시키겠다고 선택했는지 단박에 이해가능하다. 각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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