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보여지는 모습은 현실 같이 느껴진다.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해서 .. 스토리와 흥미로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수는 100만 관객의 배우였다.
작년에 시상식에서도 여주연상을 받게 되었다.
오후 2시, 햇살이 거실의 쉬폰 커튼을 통과해 부드럽게 부서졌다. 지수는 3살 난 딸아이, 하은이를 안았다. 아이는 방금 전까지 떼를 쓰며 울어대느라 눈가가 짓물러 있었지만, 지수는 능숙하게 아이의 고개를 자신의 어깨로 돌려 젖은 눈을 가렸다.
지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시선은 45도 아래, 아이의 정수리를 향했다. 찰칵.
보정 앱을 켠다. ‘웜 톤(Warm Tone)’ 필터를 30% 씌운다. 거실 구석에 쌓인 빨래 더미는 크롭(Crop) 기능으로 잘라낸다. 아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자연스러운 육아의 흔적’처럼 보이도록 하이라이트를 준다.
업로드 완료. 캡션: "오후의 낮잠 시간, 너와 나 단둘이. 이 고요함이 내게 주는 선물 � #육아맘 #오후햇살 #소소한행복 #엄마의하루"
..
사진이 업로드되자마자, ‘고요함’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하은이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는 지수가 건넨 유기농 주스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끈적한 보라색 액체가 아이보리색 러그 위로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지수의 머리는 며칠째 감지 않아 떡 져 있었고, 늘어난 티셔츠에는 아까 아이가 뱉어낸 이유식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손목은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쥐고 있어 시큰거렸다.
"하은아, 제발... 엄마 좀 살려줘."
아마 아이는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대화할 사람은 없었다.
지수는 러그를 닦으며 울먹였다. 행복? 선물? 지금 그녀가 느끼는 것은 지독한 피로와 도망치고 싶은 충동뿐이었다. 그녀는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집안은 난장판이었고, 그녀는 초라했다. 이곳에는 ‘여신’이 없었다. 그저 지친 생활인 한 명만 있을 뿐.
천장을 바라보며 소파에 손을 뻗어 대본을 본다.
...
부채짓 하듯이 대본을 왔다갔다 흔들기도 해본다.
글이 읽힐만한 상태도 아니다.
그러다 힘을 빼고 톡.
그녀의 팔 끝에서 날아간 대본의 뭉치가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 금속통 안에 박혔다.
지겨워...
후..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안, 20대 직장인 민희는 콩나물시루 같은 인파 속에서 스마트폰을 켰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지수’의 사진이 떴다.
따스한 햇살, 평화롭게 안겨 있는 아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우아하게 감싸 안은 지수의 미소.
민희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와... 이 언니는 진짜 완벽하네. 애 키우면서 어떻게 집이 저렇게 모델하우스 같지? 피부 광나는 것 좀 봐. 나도 결혼하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민희에게 화면 속 지수는 **‘절대적인 실재’**였다. 민희는 지수가 방금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민희의 머릿속에서 ‘지수’라는 존재는 **‘우아함, 여유, 모성애의 결정체’**라는 기호(Symbol)로 완성된다.
민희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언니는 정말 워너비예요. 육아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보면서 힐링해요."
나도 저렇게 사랑하며 .. 살고 싶다 ...
아이가 잠들고 집안이 어두워졌다. 지수는 소파에 누워 다시 스마트폰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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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의 여자는 빛나고 있었다. 댓글창의 사람들은 모두 화면 속 여자를 찬양했다. "완벽한 엄마", "천사 같아요", "제 롤모델입니다."
지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헝클어지고 지친 패배자 같았다. 하지만 수만 명의 사람들은 화면 속의 여자를 ‘진짜 지수’라고 믿고 있었다.
DM : 1000+
예전에 학창 시절과 달랐다. .. 이제는 내가 읽고 싶은 것만 골라서 읽는다.
순간, 지수는 혼란스러워졌다. 지금 소파에 누워있는 냄새나는 내가 진짜일까? 아니면 저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게 너야"라고 인정해 주는 저 화면 속의 여자가 진짜일까?
순간 핸드폰을 옆으로 넘기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켜지며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아악!!
휙! 투둑!
침대 건너로 날아간 핸드폰.
그녀는 침대 뒤에 숨는다.
마스크팩을 하고 있던 그녀는 재빨리 상황 파악을 하고,
핸드폰이 이불에 파묻혀 있는 사실을 알고 재빨리 끈다.
원본(현실의 지수)은 힘을 잃었다.
돈으로 산 가구들은 집에 늘어났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오직 이미지(화면 속 지수)만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녀는 춤을 추었다.
지수는 침대에 앉아서 그녀의 빛나는 찬란한 모습을 건조한 눈으로 훌쩍거리며 본다.
반짝이는 핑크색 조명..
백댄서와 조명들..
현실의 고통스러운 육아는 삭제되었고, 편집된 이미지가 현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진실'의 자리를 꿰찼다. 지수의 입술은 움직이며 뭔가에 홀린듯 읊조렸다.
.. 나는. . 영웅이야..
지수는 홀린 듯 화장대로 갔다. 한밤중인데도 컨실러를 꺼내 다크서클을 덮고, 틴트를 발랐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연습했던 그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현실의 자신을 지우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그 이미지’가 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고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지수'가 아니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속 지수'의 그림자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었다.
...
...
됐어 대본 다시 외우자.
그렇게 휴지통에 있던 대본을 꺼내서 다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