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도 보지 않은 이유.
영화는 영화관에서. (34번째 삼일)
웬만한 OTT 구독권은 다 가지고 있는 내게
시간과 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거실은 언제나 영화관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요즘은 영화뿐만 아니라
본방을 놓쳐버린 드라마, 예능
그리고 그다지 접할 일 없던 다큐까지.
마음이 없어서 그렇지
보고 싶은 것을 못 보는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대홍수 같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정이 제일 어려워졌다.
너무 많은 양의 볼거리가 눈앞에 있다 보니
아무리 취향에 맞는 것들을 골라 준다고 하더라도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공들여 영화 한 편을 고르고 소파에 앉으면
고민한 시간이 아까울 만큼 영화는 뒷전이 되어 있다.
옆에는 개다만 빨래가 널브러져 있고
뭔지 모를 알림이 울리는 휴대폰 불빛과
시간을 잘못 맞춰 식어버린 커피가
나의 집중을 흐트러 뜨린다.
그 외에도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이제 반은 소리만 듣고 넘기는 것이 익숙해졌다.
만든 이는 0.1~0.2초도 고민해 가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 냈을 텐데
방구석에서 그들의 노고를 너무 가볍게 소비하는 느낌이다.
그래 놓고는 그 영화 재밌었다던지 별로였다고 떠들고 있겠지.
어느 순간 그런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는 영화관에서만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봐야 일 년에 몇 편 될까 말까지만
그때는 정말 눈과 손을 묶어둔 채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좋으나 싫으나
방구석 영화관에 기대어 가는 시대이기는 하다.
그러나 진짜 영화를 감상했다는 느낌을 기대하기엔 조금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