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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보면 안다.

두통은 정말이지. 가혹하다. (35번째 일일)

by 김로기

점심 무렵부터 두통이 시작되더니

진통제 몇 알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낮부터 시작된 두통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이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조차 모를 만큼

머리 전체가 심하게 아파 온다.

각자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이 그러하듯

그 순간은 그 누구도 나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다.

손가락을 깨물어 자국이 깊이 패일만큼 이를 악물고 참아보지만

그도 얼마 가지는 못한다.

미세하게 줄어드는 두통에 잠시 기대를 걸었다가도

다시금 더해지는 고통에 이제는 눈물이 다 나올 것 같다.

머릿속에 큰북소리를 내며 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두통은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사라져 간다.

식은땀에 몸이 떨리고

응급실에 가야 하나를 몇 번이나 망설이게 하던 그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아침이 되고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조금씩 이마 안쪽 깊은 곳에 두통을 느껴본다.

사라진 게 맞는 걸까.

혹시라도 조금 남아있다가 다시 또 고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깨끗하게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끔찍한 고통은 사라졌음을 인지한 후에야

조금씩 눈을 뜨고 일상생활을 시작한다.

어제의 고통이 기억나는 탓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음식을 먹는 것도.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도.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 것도.

그렇게 일상에 적응해 갈 때쯤

두통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그 순간은 정말 못 할 게 없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어젯밤 겪은 두통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파보면 안다.

모든 순간이 감사했음을.

아픔이 사라져 가는 그 순간만큼은 돈 많은 부자도 다 필요 없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넘쳐난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그저 두통에 지나지 않지만

무엇이 되었든 아팠던 그 순간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모든 것이 필요 없어지는 그 순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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