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반비례. (49번째 삼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구름이 지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다.
해가 쨍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맑은 날씨였음에도 구름이 많았다.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를 가진 구름들은
일정한 속도로 다 함께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런 구름의 움직임이 어렵지 않게 보일 정도로 이동 속도가 빨랐다.
그에 비해 집은 고요함을 넘어 적막에 가까웠다.
이따금씩 들리던 냉장고 소음도
위층에서 들리던 사람의 기척도 모두 없이
그저 내가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종종 들리곤 했다.
손가락을 타고 시작되는 키보드 소리는
내 손이 멈추면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공간에
노트북 하나만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구름은 위치나 모양에 따라 느리다가 빨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물리적인 속도가 달라지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있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나의 상태에 따라
구름의 속도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지금의 하늘이 나쁘지 않다.
좀 전에 창 끝에서 보이기 시작한 구름이
금세 반대편 끝에 가있는 것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이 느껴지는 지금의 고요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