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확행보다 그저 그런 하루.

어쩌면 불행하지 않은 삶을 꿈꿔 왔는지도 모른다. (49번째 이일)

by 김로기

작은 행복을 원했던 날을 뒤로하고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낸 나를 토닥여준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제는 큰 행복은커녕

작은 행복조차 바라는 것이 욕심인 세상이 되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행복을 쫓는 삶이

얼마나 버겁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된 후로

행복을 쫓는 것이 아닌

행복에 쫓기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무엇인가로부터 쫓기는 삶이란 쉴틈이 없다.

그것이 내가 바라던 행복이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1등을 하고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은

늘 불안할 것이다.

언제나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마찬가지로 행복에 쫓기는 사람들 또한

매 순간이 위태롭고 불안할 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쌓여

작은 행복조차 바라지 않는 그저 무탈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일상도

감사한 하루가 된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조그만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던 하루에서

그저 그렇게 마무리된 감사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정말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일상이 불행한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불행하지 않은 삶이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행복을 바라며 살고 있었다기보다

불행하지 않은 삶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의 그저 그런 하루를 감사히 여겨보자.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불행하지 않은 하루가 될지도 모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금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