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49번째 일일)
커피를 끊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커피를 마셔야 하루가 시작된다고 생각했고
그마저도 순간의 허세가 아니었나 싶다.
살아오면서 마주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여기저기 깃든 허세가 참도 많은 것 같다.
그 시절엔 그것이 최선이었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쓸데없는 허세나 자기 연민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살아오며 나 자신이 왜 그렇게도 불쌍했던 건지.
왜 굳이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불쌍히 여겨야 했던 건지 모르겠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도 만날 때면
마치 대결이라도 하듯
누가 더 불쌍한 인생을 살아온 건지 겹겹이 쌓인 나의 슬픔을
한겹 한겹 까서 보여주기 바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라는 말로
그때그때 내가 내뱉고 드러냈던 감정을
단번에 필요 없는 말과 행동으로 잠재 울 수 있었다.
그만큼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감정과 사건들이 무뎌진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마음과 생각을 가진채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말들이 참 많다.
아무리 구구절절 한올 한올 설명한다고 한들
타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의 반의 반도
마음속 깊이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 순간 탄탄대로를 걷지만은 않았다는 것도.
그때 내색하고 있지 않던 그들 앞에서
그저 세상의 모든 불운이 나를 관통하듯
나의 불편함만을 토해 냈던 일이 이기적이었다는 것도.
지금은 안다.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할 것이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앞으로의 변화될 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었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다가 올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조금 덜 부끄럽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점점 단단한 내가 되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