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에게 틈을 내어주지 마라. (50번째 삼일)
시간이 많으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긴다.
연애를 할 때도 한쪽이 너무 바쁘고
한쪽이 너무 한가하면 꼭 싸움이 생기곤 한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누군가가 연락 없는 상대를 기다리며
서운한 감정이 싹트고 그로 인해 툴툴거리게 된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던 상대는 괜한 시비에 오히려 화가 난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바쁘게 일을 할 때면 아무 생각도 끼어들 틈이 없지만
그러다 갑자기 일이 줄거나 잠시의 여유가 길어지게 되면
금세 잡생각이 떠오른다.
옆사람은 왜 저렇게 자기 멋대로인지.
저 사람은 회사에 와서
업무보다 개인적인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월급은 왜 받아 가는 건지.
그런 안 좋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워간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여겨졌던 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때면
그리고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어떠한 생각조차 없다면
그 시간은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생각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평소 잠시 스쳐 지나던 불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혼자 너무 골똘해지기 시작하는데
한가한 몸과는 반대로
생각은 더욱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결국 생각에서만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도 하고
감정을 드러내다 못해
누군가에게 표출하기까지 한다.
나 스스로를 넘어 주변 사람까지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그 시간에 무엇인가 하고 있었다면
괜히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똬리를 틀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꽤나 경계하는 편이다.
그 시간이 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미 수차례 경험 해봤기 때문에
결코 나를 여유롭게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게 온종일
하루를 원하는 데로 보낼 수 있게 해 준다고 해도
나는 무엇이든 그 시간을 채워서
잡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최대한 없애려고 들것이다.
어떤 이는 하루를 멍하니 보내는 것 또한
휴식의 일종이라고 할 테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그 휴식 같은 하루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잡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하루는 결코 나에게 휴식이 될 수 없음을.
잡생각에 사로 잡혀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에 감정을 뒹굴게 하지 말고
적당한 일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일이 꼭 돈벌이와 관련된 무엇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건강한 생각으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