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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끄는 마트 안에 엄마들.

그때는 몰랐고, 몰라서 미안하다. (50번째 이일)

by 김로기

예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으면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니는 엄마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사실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 날.

혹은 이렇게 더운 날.

굳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이 고생을 하고 싶은가 하는 마음이었다.

요즘처럼 당일 배송 시스템도 잘 갖춰진 나라에서

왜 굳이 힘들게 나와서까지 장을 봐야 하는 건지.

그때는 몰랐다.

그 엄마들의 유일한 외출이 마트 일 수밖에 없던 이유를.

하루 종일 말도 통하지 않는 너무 작고 연약한 아이와

그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오로지 아이의 하루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은 사라지고 만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이를 향한 말들은 허공에 흩뿌려지듯 사라지고

되돌아오는 말은 찡얼 거림이나 울음뿐이었다.

그렇게 인내심의 한계를 매일 같이 갱신하는

그들의 외롭고 지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것이

마트 나들이였던 것이다.

특히나 덥고 추운 날은

집 앞을 산책하는 것조차 아기에게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나름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하는 마트야 말로

아이가 딸린 엄마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나들이 장소였을 터이다.

그때 그곳에서 마주한 유모차 뒤 엄마들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온갖 신기한 것 투성이인 마트에서

유모차 위에 아이들은 엄마를 찾지 않는 듯 보였다.

그 순간 엄마는 유일하게 쉴 수 있었다.

비록 몸은 움직이고 있을지언정 그제야 마음은 쉬고 있었다.

그것이었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어가며 굳이 마트에서 장을 보던 이유가.

그들에게 마트는 저녁반찬거리를 사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외롭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유일한 쉼터였던 것이다.

한때 그들을 향한 이해하지 못할 마음과 시선을 가졌던 것이 미안하다.

이제는 마트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들의 표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그 쉼터에서

한결 밝은 얼굴이 되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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