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알스티커를 주던 동네슈퍼.
부터 집 앞 빠른 배송까지. (30번째 일일)
예전에 살던 빌라 입구에 작은 슈퍼가 있었다.
지금의 마트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동네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하루 한두 번은 그 슈퍼에 들렀다.
어른들의 콩나물 한 봉 지부터
아이들의 과자 한 봉지까지
그때 그곳엔 없는 게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는 것이 그게 다였다.
작은 손에는 백 원짜리 몇 개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무엇이든 사들고 나올 수 있었다.
봉지과자 하나, 막대 사탕 두어 개
그도 아니면 공룡판박이로 쌓인 껌 몇 개.
가진 돈이 얼마 없었기에
꽤나 한정적이었지만
그때는 그 슈퍼에 가는 게 왜 그렇게 행복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동네 슈퍼라고 불릴만한 곳들보다는
대형마트를 위주로 찾는 편인데
계산 후에는 꼭 포인트 번호를 묻는다.
대게 핸드폰 뒷자리로 되어있는 포인트 번호는
편하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한 번씩 옛날 포도알 스티커가 생각나곤 한다.
일정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포도알 스티커를 하나씩 주고
그걸 모아 한송이를 채워가면
휴지나 계란 한 판 같은 것들로 교환해주곤 했다.
지금은 그런 시스템 자체가 오히려 혼란을 줄수도 있고
번호 네 자리로 관리되는 포인트 제도가 훨씬 편리하긴 하지만
옛날 그 포도알이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이제는 핸드폰 결제 한 번이면 집 앞까지 직접 물건을 배송해주다 보니
대형마트에도 굳이 찾아갈 일이 많이 없어졌다.
갈수록 더 편한 세상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게을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불편함이 무조건 나빴던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편해진 많은 것들에 적응하고 살고 있긴 하지만
지나간 것들이 여전히 가끔 생각나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