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라는 말보다 부침개가 익숙했던 시절. (30번째 이일)
어릴 때는 어느 집에도 먹을 게 많지 않았다.
먹을 게 없다라기 보다도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주말에 텔레비전 앞에 옆으로 누워
발을 까딱거리고 있을 때면
엄마는 김치부침개를 부쳤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묵은 김치를 몇 통은 꺼내어 썰었는지
세숫대야만 한 통으로 하나 가득 반죽을 만들었다.
마치 덕선이네 엄마처럼
김치전을 만들 때만큼은 우리 엄마도 손이 아주 컸다.
점심 무렵부터 시작된 엄마의 김치전 부치기는
해가 뉘엿거릴 무렵에나 마무리되곤 했다.
김치전을 부쳐서 한쪽으로 쌓아두기 시작하면
나와 내 동생은 안방과 주방을 오가며
계속해서 김치전을 날라댔다.
처음 몇 장은 막 부쳐서 옮기기가 무섭게 먹어댔고
어느 정도 배가 찬 후로는
쌓여가는 속도가 서서히 먹는 속도를 넘어섰다.
그렇게 더 이상은 먹지 못할 것 같아서
그릇을 반납하러 주방으로 가보면
김치전이 스무 장 넘게 쌓여 있었다.
그렇게 먹었는데도 아직 쌓여있는 김치전을 보고는
동생과 나는 질색을 하며 돌아서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신기하게도 배가 살짝 꺼지면
다시금 손이 갔다.
그때 느꼈다.
이게 바로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건가.
뭔가 특별한 재료나 맛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김치만 들어간 단순한 맛이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던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때의 맛이 생각나서
엄마한테 김치전 반죽을 해달라고 해봤지만
그 맛은 아니었다.
그때의 나도, 그때의 김치전도 아니기에.
다시는 그 맛을 느껴볼 수는 없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렇기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