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적당히는 다를 수밖에 없다. (33번째 이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적당히라는 말을 꽤나 많이 사용하곤 한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적당히 익혀 주세요."
놀러 나갈 때도
"적당히 놀다 올게."
병원에서도
"적당히 드셔야 해요."
이렇게 적당히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간단하고 편한 말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나 난감한 말에 속한다.
적당히라는 말은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취향이나 성향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한 적당한 정도가
상대가 받아들이는 적당함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적당히라는 한마디 때문에 갈등을 겪곤 한다.
적당히 익을 줄 알았던 것보다 훨씬 더 익어버린 고기와
적당히 놀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화가 난 아내.
적당히 먹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아진 혈당 수치가
다 그 각자의 적당히 때문이다.
늘 많이 사용하고 그래서 익숙한 말이지만
그 말을 사용할 때는 필히 주의해야 한다.
나의 적당히의 정도를 상대와 비교하여 일치시킬 필요가 있고
그렇게 서로의 기준을 이해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말하기에 앞서
많은 말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쉽기에
그저 적당히라는 말로 아우르려 하지 말고
듣는 이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덧붙이면 좋겠다.
적당히. 그러니까 이 정도.
적당히. 그러니까 언제까지.
적당히. 그러니까 이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