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현대판 효도의 방법.

셀프효도. (45번째 이일)

by 김로기

요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흔하게 하는 말 중에

셀프효도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처음엔 효도면 효도고 아니면 마는 거지

셀프효도는 무슨 말인가 싶어서

나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효도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한 단어가 되어버린 만큼

부모 자식 간의 도리의 경계가 무너진지 오래다.

물론 집집마다 다른 모습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겠지만

그 모습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때론 갈등을 빚어내기도 한다.

셀프효도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사람들이 점점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참을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서약을 하고

결혼을 했음에도

너와 나를 나누며

금전적인 부분에서부터 공유하는 시간을 넘어

마음을 쓰는 일까지 한치의 손해도 보지 않고

공평하게 나누고자 하는 모습이

솔직히 나는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동시에 나는 어떤 형태의 효도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땐

명확히 구분 지어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우리 부부가 각자의 부모를 대하는 모습 또한

셀프효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에 각자의 집을 드나들며

자신의 부모에게만 돈을 쓰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진정으로 마음이 쓰이는 것은

각자의 부모가 먼저였다.

진심을 다해 부모의 안부를 묻고

마음이 힘든 순간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것은

나 또한 나의 부모가 먼저였다.

꽤 오랜 기간 동안 함께 밥을 먹고 한 식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내 온 시간과는 별개의 문제였나 보다.

나의 부모에게 먼저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마음은 남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셀프효도라는 단어가 생각만큼 부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물론 모든 것을 정확하게 나누며 각자를 외쳐대는 것은

서로에게 갈등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각자의 부모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다면

안부정도는 각자 신경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로 간에 날을 새워 나의 부모에게 마음을 쓰기를 원하기 전에

일단 나부터 나의 부모를 챙기는 것이

더 효율적인 현대판 효도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간절히 염원하는 것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