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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염원하는 것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

희망을 더하면 간절함이 된다. (47번째 삼일)

by 김로기

무엇을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 독이 되는 순간이 있다.

스스로를 향한 희망고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간절함을 갖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굳건한 의지로 누구보다 노력했음에도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슬프고도 괴로운 일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포기하게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한때는 간절했던 것을 포기하는 마음이란

낫지 않는 상처가 아물기만 한 것과도 같다.

겉으로 보이는 작은 흉터는

언젠가 아팠었겠구나를 짐작게 할 뿐이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낫지 않았다.

상처부위를 건드리면 다시 예전의 고통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잊고 지내자는 마음만이

그때의 고통을 잠시 멎게 할 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때의 그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겉으로는 아물어 보이는 상처를 헤집어

더 큰 상처가 날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상처를 낫게 하고 싶은가 보다.

다시금 떠올린 그때의 희망이.

그리고 그 희망으로부터 또다시 얻게 될

고문과도 같은 시간들이 벌써부터 두렵다.

그래서 나는 간절함을 택하지 않았다.

간절히 그것을 바라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남들로 하여금

한 마디씩 얹어지는 희망 또한 가볍게 흘려버리기로 했다.

희망이 쌓이고 쌓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간절함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상처를 낫게 하고자 노력하겠지만

그럼에도 간절히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순간의 간절함은 독이 될 수 있고

결국 상처를 낫게 하지 못한 순간에

그 간절함은 슬픔을 넘어 또다시 나를 괴롭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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