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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포장하는 사람.

드러난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내가 되길. (52번째 일일)

by 김로기

실패를 겪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겪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는 결코 실패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때로 나의 그것을 숨길 때가 있다.

내가 잘 포장하기만 하면 남들 눈에 가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숨긴 것이 나의 실패였다는 사실을.

그것을 드러내어

그로 인한 시선이나 나의 부족함이 들켜버리는 것을

절대적으로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실패를 종종 숨기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가 되어 곱게 포장해 둔 나의 그것이

실패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이 싫고 두렵다.

나를 향한 시선에 조금이라도 미덥지 못한 마음이

한 방울이라도 섞이는 순간

어쩌면 나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사실 그들의 시선에 섞여선 안될 것이

미덥지 못한 마음인 건지

애초에 그런 사람으로 여겼던 마음인 건지는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됐든

그들로 하여금 나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실패나 실수를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나는 나의 삶이 버거운 순간이 종종 있다.

그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그 무게는 계속해서 나를 짓누를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더 이상 아무런 포장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날들의 나를 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나의 실패를 감추는 일에 애쓰고 있지 않은 나를.

그리고 드러나버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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