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 맞다고 한들. (58번째 삼일)
아무리 옆에서 아니라고 해도
내가 겪어보기 전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 말이 어쩌면 99%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괜스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엊그제 나는 초저녁 무렵 몰려오는 잠을 깨기 위해
저녁 산책을 나섰다.
저녁을 먹고 7시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른 잠을 잤다가는 한밤 중에 깰 것이 분명했다.
나는 집 주변을 적당히 한 바퀴 돌고 들어오면
졸음이 달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익숙한 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니
점점 코끝이 시리기 시작했고
이내 나는 산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내 앞엔 익숙한 갈림길이 하나 놓여졌다.
평소에 지나던 우회전 길과
가보지 않았던 직진 길이었다.
예전에 그 길 앞에 설 때마다 남편은 말했다.
"이대로 직진해서 가면 집까지
한참을 돌아가야 하니 꼭 우회전을 해야 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분명 중간에 샛길이 있을 것 같은데
그 길로 가면 더 빠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 했었다.
나는 남편이 했던 말을 무시하고 직진해서 걸었다.
그리고 잠시 뒤.
역시나 나는 후회했다.
샛길은커녕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길이 있었나 싶을 만큼
처음 보는 상가와 낯선 풍경들이 이어졌고
결국 나는 길을 잃었다.
진작에 지도 어플을 통해 샛길 따윈 없음을 확인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냥 근거 없는 나의 생각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 나는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추운 날씨 속에 걷고 또 걸었다.
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과 얼굴이 다 얼어붙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간신히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애초에 남편 말을 들었으면 됐을 것을.
근거 없는 나의 고집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다니.
나는 스스로 고집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다.
겪어 보지 않은 것에 대하여
누군가가 해주는 말은 믿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것이 나의 생각과 다를 경우에는
상대의 말이 99% 맞다고 한들
속에서는 나머지 1%를 향한 고집을 피우고 있었던 것 같다.
고집이라는 것이
때로는 신념을 지키거나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듯 싶다.
나의 생각을 믿되, 상대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어야
바른 신념과 올바른 목표를 지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