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하기 싫은데. (51번째 이일)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진 걸까.
원래도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면 곧 잘 눈물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곤 한다.
자주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그 순간 주변에 누가 있기라도 한날엔
나는 사연 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곤 한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오다 보니
이 눈물은 감정의 영향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주 잠시 스친 감동적이거나 슬픈 장면에도 흐르는 눈물은
내가 생각해도 과한 감정의 결과였다.
그럴 때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나의 눈물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이 스스로가 잘 제어가 안되다 보니
불편한 순간들이 참 많다.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상주보다 더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있는 나를 보며
위로의 마음보다 나로 인해 다시 느껴질 슬픔에 미안하고.
애써 자신의 아픔을 담담하게 말하는 누군가를
감정이 없는 지극히 냉정한 사람으로 만드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벼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어떤 불편함을 만들었다기보다
상대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더 미안해지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그 때문에라도 매 순간 눈물을 참아보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항상 의미가 없다.
그러던 중 어느 기사를 하나 발견했는데
나를 포함한 눈물이 많아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감수성이나 정서적 성향 때문이라기보다
감정의 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의 쇠퇴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었을 때 눈물이 많아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고
그것 때문에 생활의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이 아니라는 것은 다행이지만
신체의 나이가 늘어갈수록
시시때때로 흐르는 눈물은 더 주체가 안될 거라는 결론에
조금 실망스러워지기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레 겪을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먼저 찾아온 일들일 뿐이었다.
그러니 미안해하거나 불안해 말자.
눈물이 흐르던 그렇지 않던
진심은 전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