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봄의 그날을. (55번째 삼일)
겨울이라고 온갖 생색을 다 내는 것처럼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더니
잠시 휴식에 들어갔나 보다.
며칠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다 갑자기 봄이 오는 건 아닌가 문득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날씨가 봄날에 가까워질수록
창밖 풍경은 더욱 희미해진다.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줄만 알았던 허공의 공기는
한낮이 되어도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뿌연 하늘의 정체는 바로 미세먼지다.
몇 년 전부터 봄꽃과 함께 찾아온 것이 미세먼지이다.
날이 따뜻해져 이제 좀 봄의 기운을 만끽하려는 순간
하루종일 걷히지 않는 미세먼지가 그것을 방해한다.
결국 애, 어른 할 것 없이
우리는 마스크와 한 몸이 되어간다.
코로나 때부터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미세먼지가 그 마스크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잠시 공원을 산책하려고 할 때에도
마스크가 필수품이 돼버렸다.
봄이 되면 따뜻한 기온이나 대기의 정체로 인해
미세먼지가 공중에 오래 머물게 되고
황사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겨울을 보내도
마냥 즐겁기만 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결국 마스크를 풀어 버리는 것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맑은 공기를 위해
개인이 노력하고
사회와 정부가 뒷받침해 준다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마스크 없는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그저
연녹색의 새잎과
봄비처럼 내리는 꽃들
그리고 따뜻한 햇살 가득한 공기로
봄의 기운을 느꼈던 것처럼.
다시금 진정한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