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게으름과 부지런함의 지표인가.

잠의 순기능. (56번째 일일)

by 김로기

평소보다 이른 기상으로 그만치의 하루를 더 얻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이었고

나는 열심히 그 시간을 사용했다.

창밖을 보며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갖기도 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쓰레기도 정리했다.

그렇게 공짜로 얻게 된 시간이 만족스러워서

내일부터는 더 일찍 일어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작 잠만 조금 줄이면

나의 하루가 이토록 여유로울 수 있다니

참으로 게으른 나날을 보내왔구나 하는 푸념과 함께

그동안 나는 왜 이런 마음을 먹지 못했을까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날 나는 일찍 일어난 시간만큼 일찍 잠들고 말았다.

하루를 일찍 시작했지만

그만큼 빨리 마무리하게 된 셈이다.

각자가 필요로 하는 잠의 시간이 있나 보다.

그런데 왠지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5시간 자는 사람이 부지런해 보이고

5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7시간 자는 사람이 게을러 보이기도 한다.

각자에게 잘 맞는 수면의 패턴이 있을 텐데

이상하게 잠은 오래 잘 수록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어딘가 모르게 게으름의 상징이 되어있기도 한 듯하다.

하지만 잠은 우리 삶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억지로 잠을 줄이게 되면

하루동안 발생한 신체와 정신의 에너지 회복이 불가능하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몸이 망가질뿐더러

감정조절이 힘들어 우울감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암병동 환자들이 이야기한 공통적인 생활 습관 중에 하나가

각자의 사정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잠은 단순히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지표가 아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물론 스스로 생각할 때

어떠한 질환이 아님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내는 것은 게으름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인 만큼

무턱대고 게으름의 지표인 양 부정적으로 여기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최대한 숙면을 취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각자의 몸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시간은 꼭 잠을 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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