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는 방법. (54번째 삼일)
사진을 정리했다.
나는 주로 사진을 인화해서 정리해 두는 편이다.
일 년 동안 찍어둔 사진은 수천 장에 달하지만
실제로 인화에서 꽂아두는 것은 몇 장 되지 않는다.
내가 사진을 인화하기 시작한 것은
남편을 만나면서부터다.
좋은 날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모인 사진들은
시간이 쌓여갈수록 함께 쌓여나갔다.
핸드폰을 바꿀 때마다 이리저리 뒤섞이는 사진들과
시간이 꽤 지나 자꾸만 아래로 방치되듯 사라지는 사진들이
아까웠다.
그 시절 그날의 우리를
함부로 뒤섞이거나 방치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의미 있고 나름 잘 나온 사진들을 추려 인화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진을 추릴 때는 정리되어 있지 않은 몇 년 치의 사진 중
인화할 몇 장을 고르는 일이 꽤나 힘들었다.
사진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었지만
그때의 추억들이 되살아나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나름 앨범도 대용량으로 준비했다.
1권에 500장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런데 벌써 3권째에 접어들었다.
이 속도라면 사진을 고르는데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나이를 먹어가며 사진을 찍는 횟수도 같이 줄어들었다.
아직은 두 사람 외에 가족구성원의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한동안은 이 정도의 속도가 유지될 듯 보인다.
디지털로 보관하면 지금보다 더 쉽고 편하게 관리가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런 고된 작업을 계속이어가는 이유는
그 작업을 하며 주기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고
앨범에 보관된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모니터나 핸드폰 너머의 우리의 모습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는 점 때문이었다.
같은 사진임에도 왜 다르게 느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인화된 사진 속에 우리의 웃음이 더 진짜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종종 앨범을 꺼내볼 때면
정말로 그때의 기쁨이 전해지는 것 같다.
추억은 아날로그 일 때 더 빛이 난다.
나는 앞으로도 그 빛나는 일들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