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을 기록하다. (56번째 삼일)
이른 새벽.
커튼 틈 사이로 보이는 창밖이 아직 어두운걸 보니
해가 뜨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제 저녁 더부룩한 배를 매만지며 불안한 느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불안한 느낌이 적중했다.
더듬더듬 휴대폰을 보니 세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뒷목부터 뻐근한 느낌이 지속되더니
이내 관자놀이 부근의 두근거림이 계속해서 심해졌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급약상자를 열었다.
온국민의 안심약 타이레놀은 나의 두통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나는 일본에서 건너온 EVE라는 진통제를 복용중인데
그마저도 듣지 않는 날이면
간격을 두고 꽤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런 나의 두통은 오늘 내일의 일만이 아니었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두통이 상당히 잦은 편이었는데
그때마다 복용해 온 진통제만해도 박스하나를 채우고 남을지도 모른다.
내가 두통에 시달릴때마다
사람들은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는데
왠지 뇌를 검사한다는 느낌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때문에 나의 식습관이나 예민한 성격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평생을 두통과 함께 살아 온 내게
요즘들어 조금 걱정되는 일들이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
약을 복용하는데 신중을 기해야하는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진통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병원에서나 권하는 타이레놀은 잘 듣지 않는 상태였기에
나는 평생의 적인 두통을 조금 더 세밀하게 관리해보기로 했다.
무엇을 먹거나
무슨행동을 할때
그리고 어느정도의 수면을 취할때
어떤 두통이 발생하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 나의 두통은 과하게 음식을 먹거나
오래 서있을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때 발생하곤 했다.
그것들을 알게 된 후로는
최대한 두통을 유발하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삼가며 일상생활을 해나갔다.
그리고 두통의 빈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렇게 두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나는 계속해서 두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고작 하루 방심하고
야식을 때려먹은 후로
결국 두통이 또 도지고 만것이다.
나는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질병 때문이라기보다
내 생활습관과 두통이 연관 되어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 습관을 기록하고 있다.
두통없는 그날을 기대하며.
두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나의 인생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