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사랑을 관찰하기. (57번째 일일)
우리 집은 무덤뷰 아파트다.
절반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파트로
시끄럽지 않아 더 좋다고 생각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계약서를 살펴보니
주변에 묘지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대규모 공동묘지도 아니었고
작은 봉분 몇 개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통에
한 번씩 갸우뚱하기도 했던 건 사실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사 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처음의 우리의 생각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거실 창밖 한켠으로 내려다 보이는 작은 무덤들은
혐오감을 준다거나 괴기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때마다 잘 관리되고 가꾸어져 있는 봉분을 볼 때마다
좋은 자식들을 두셨구나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양지바른 곳에 따뜻한 해가 아늑히 닿아있는 무덤들은
누군가의 그리움과 존경이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구나 싶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며칠 뒤에도
하얗게 덮여 있던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행여나 쌓인 눈이 무겁기라도 할까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모양이었다.
명절 전이면 멀리서도 눈에 띌법한
화려한 색의 꽃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좋은 삶을 살다가 가셨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죽은 뒤에도 누군가로부터
이토록 귀하고 애틋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생전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상상할 수 없지만
지금의 무덤의 모습만 봐도
누군가로 하여금 오래도록 그리워할만한
모습들이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먼 훗날 그런 모습으로 이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내가 떠난 뒤에도
나를 오래도록 그리워하며 찾아줄 사람이 있을까.
선뜻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삶을 사는 것도
죽은 뒤에도 계속해서 그리워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창밖을 내려다본다.
누군가의 그리움이
오늘도 가지런히 무덤 앞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