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괜찮아진 미래의 나를 향한 마음. (62번째 이일)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종종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의 옷을 저렴하게 판매했다.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단가였기에 사내판매 시기가 되면
직원들은 자기 덩치만큼 옷을 사곤 했었다.
그때 샀던 옷 중에 도톰한 소재의 니트 원피스가 하나 있다.
그냥 깔끔한 디자인에 블랙 원피스였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나는 매년 이 원피스를 꺼내어 보고는 고이 접어 다시 넣는다.
무릎 위로 한참을 올라오는 짧은 기장의 원피스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짧은 치마를 입지 못하게 되었다.
크게 흉이 생기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쑥스러웠다.
그 원피스를 사던 무렵이
아마도 내가 미니스커트를 마지막으로 입던 시기였을 것이다.
바로 다음 해를 기약하며 옷장 속에 잠들어있던 원피스는
그렇게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이제 와서 그 원피스를 꺼내 입으려니
어딘가 창피하기도 하고
지금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낡은 옷정리에서도
그 원피스는 독하게 살아남는다.
매년 꺼내고 펼쳐보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는 나의 원피스는
내게 어떤 의미로 여전히 남아있는 것일까.
아마도 기대가 아닐까 싶다.
지금보다 더 괜찮아진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로
원피스는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어딘가 자신 없고 부끄러운 지금의 모습이 아닌
조금 더 괜찮아진 미래의 나를 기대하는 마음이
그 원피스를 옷장 속에 다시 잠들게 한다.
누구나 그런 옷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다이어트를 하거나
나름 잘 관리된 나를 기대하며 옷장 속에 숨겨둔 옷들이.
비록 몇 년째 옷장 속에 잠들어 있기는 하지만
더 나은 나를 기대한다는 점이 싫지만은 않다.
올해는 부디
숨겨둔 원피스와 어울리는 내가 되어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