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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근상, 그리고 모두의 개근상을 위해.

성실함은 스스로 키워지지 않는다. (78번째 이일)

by 김로기

내가 어린 시절에는 개근상이 성실함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개근상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엄마의 성화와 아침의 전쟁은

결국 내게 개근이라는 트로피를 가져다 주었고

내 뒤를 졸졸 따르며 입에 넣어주던 김밥은

그런 내게 개근상을 타내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는 엄마도 나도, 그리고 모두에게

성실함이 바탕이 된 개근상은 최고의 상과도 같았다.

지금은 개근거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실하고 꾸준히 무언가에 임한다는 것이 조롱받을 일이 된 듯 하지만

어릴 때부터 몸에 베인 성실함은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되어 있다.

결국 그때 쌓아두었던 꾸준함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우리들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실함이 조롱받아야 하는 시대라니

참으로 슬픈 시대가 아닌가 싶다.

과연 이런 절망 속에 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디에서 성실함이 키워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성실함이 스스로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할까.

이것을 가르치고 알려주어야 할 우리들은

그들에게 제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어릴 적 우리의 부모가 우리를 도와 성실함을 키워냈듯이

우리도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그런 도움은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이런 절망 속의 아이들을 모른척하고

오히려 개근거지라는 말을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되어주고 있다면

그 다음 세대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성실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키워진 우리 세대가

이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아이들에게 조금만 지루해도

포기하고 그만두는 일은 당연한 일과도 같을 것이다.

그들에게 성실함은 쓸데없는 오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성실함은 스스로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키워 주는 것이다.

누군가가 개근거지라는 같잖은 말이나 만들어내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우리가 물려받은 성실함을 되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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