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해서는 안 됐다. (78번째 일일)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나를 너무 힘들게 하던 사람이 있었다.
서로가 어린 나이에 입사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경쟁구도가
비슷한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질투로 번져갔다.
솔직한 편이라는 스스로나 위로할 법한 핑계 가득한 말로
나에게 구석구석 상처를 입히던 사람.
그런 그에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순간이 있는데
내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들은 말은 아니지만
건너 건너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순간 내가 무엇인가 대단히 잘못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다 점점 화가 났다.
과연
그와 내가 배신하고 당할 만한 사이의 관계였을까.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있었음에도
나를 향한 눈빛과 말투가 송곳 같이 날카로웠을까.
그의 행동에 내가 오해를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그러기엔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 그가 모르고 있지 않았다.
그때마다 솔직하고 감출 줄을 모른다는 자기 합리화뿐이었지만
상처만 쌓여가는 그와의 오랜 시간이
내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그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
"배신감."
과연 내게 배신할 믿음 같은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사실 그때는 용기가 안 났다.
강하고 직설적인 그의 말투에 맞설 용기가.
지금이라고 뭐가 달라졌을까 싶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본인의 말과 행동이
과연 누군가에게 믿음으로 자리할만한 것들이었는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깨달았을까.
회사 생활이 힘들어지거나 할 때
한 번씩 생각이 나곤 한다.
"그때보다는 지금이 낫지." 하며.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다가도
그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때의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배신당했다고 슬퍼하기 전에
배신할 무엇이라도 남겼던 사람인지 되돌아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