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하지만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61번째 삼일)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집안 가전에 딸린 카메라 하나쯤은 어느 집에나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부터
흔히 홈캠이라 불리는 CCTV.
하물며 청소기에까지 카메라가 달려있다.
모든 기능들이 처음 계획된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현실은 악용되는 사례들이 꽤 많아지는 추세이다.
몇 년 전 월패드가 해킹되면서
집안의 모습이 그대로 유출되거나
홈캠이나 가전제품의 편리 목적으로 설치된 카메라들이 해킹되면서
사생활이 유출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경각심은 잘 들지 않는 편이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함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런 나를 각성시킬만한 일이 하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별생각 없이 거실로 나왔는데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위해
창문 밖에 누군가 매달려 있던 것이다.
그분은 투명한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거실을 피해 다른 방으로 숨어들었다.
작은 방에 내어진 창문으로 그분이 사라졌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거실로 나올 수 있었다.
오후에도 이어진 도색작업은
나를 이방 저 방 피해 다니게 만들었다.
다음 날도 혹시나 싶어 온방마다 커튼을 치고 있었다.
뭔가 나의 모든 것이 까발려진 느낌이었다.
옷을 갈아입는 일도 조심스럽고
편히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어딘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 집 카메라들이 해킹된다면
이것보다 더한 것들이 노출될 수도 있겠구나.
내가 체감하고 있지 못한 것뿐이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낯선 사람과 우연히 마주친 일 보다
훨씬 더 불안하고 위험한 일일 수 있겠구나.
한번 그런 일을 경험 한 뒤로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집 안에 당장 필요 없는 카메라는 최대한 가려두었다.
좋은 기능이지만 잘 사용될 때만 좋은 기능일 뿐이었다.
디지털시대, AI시대 등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경각심은 필수로 장착되어야 할 기능이 아닌가 싶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고
알지 못할 다수의 누군가로부터 내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