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는 질문.

우선순위의 차이가 아닌 가족을 대하는 위치의 차이일지도.(70번째 이일)

by 김로기

살다 보면 시험에 들게 되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다.

대표적인 하나는 일이 먼저냐 가족이 먼저냐 하는 선택의 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가족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의 눈에는

뻔뻔한 얼굴로 거짓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누가 봐도 가족이 먼저인듯한 사람들에게는

위와 같은 질문이 던져지지 않는다.

어딘가 모르게 던진 사람도 받은 사람도

기분이 나빠지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이 질문은

어쩌면 가족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의 우선순위의 차이가 아니라

가족을 대하는 위치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가진 가정이라면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고 한들

육아와 집안일 나아가 일에 있어서 모두 반반이 되는 것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어떤 집은 아내가 소득이 더 높고 그만큼 일에 하례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고

어떤 집은 그 반대의 상황이거나

어쩌면 대부분의 집안일을 아내가 도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이 정확히 반반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힘듦을 상대가 느끼고 있는 힒듬과 같은 선상에 올려두고

내가 힘드니 네가 힘드니 논하는 것은

애초에 기준이 다른 두 가지를 비교하고 있는 꼴이 되어 버린다.

모두가 사람인지라 나의 애씀이 상대의 것보다 크게 느껴지게 되어 있고

상대는 늘 나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만다.

정말 누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 날로 먹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들의 경우는 서로가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삐그덕거리는 결혼생활이라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매사가 그런 삐그덕거리는 소음으로만 가득한 일상이라면

생각만 해도 너무 지치고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를 해결해야 할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문제에 정확한 해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랬다면 위기의 부부들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 같은 건 애초에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이 글을 쓰며 느낀 한 가지는

누구도 가족보다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가족과 일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된 누군가도

가족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족을 위해 서 있는 위치가 많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준을 같은 선상에 올려두지는 못한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삐그덕거리는 소음을 없애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누군가가 매번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소음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혼자만 힘들었던 것 같은 오늘 하루에 너무 좌절하지 말고

상대의 힘듦을 찾아보려 노력해 보자.

티 나지 않는 고됨이 어딘가에는 분명 묻어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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