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가장 손이 많이 가던 사람. (80번째 일일)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사람은 누굴까.
죽기 전 가족들과의 만남을 정리하고
눈을 감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누구일까.
죽은 뒤의 세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산 사람도 죽은 사람을 떠올리듯이
죽은 사람은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까.
막연히 가족이 아닐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가까워졌을 때도
가장 눈앞에 아른 거리는 사람.
아마도 그 무렵 내 손을 가장 많이 탔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던 사람.
몸은 그 사람을 떠나지만
마음만큼은 끝까지 차마 떠나지 못하던 사람.
그게 부모가 되었든, 배우자가 되었든, 자식이 되었든.
그런 사람이 죽기 직전의 사람에게서
가장 마지막까지 마음에 붙들려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 말인 즉, 생전 그리워하던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안쓰럽고 안된 사람이 가장 가슴에 남을 것 같다는 말이다.
나는 누군가로 하여금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까.
스스로 자립하며 홀로서기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짐으로 남겨진 듯도 싶다.
하지만 그 짐은 내가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그들에게서 가뿐히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생이 아닌
그들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한들
여전히 그들에게 나는 손이 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그날의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 못하지만
그럼에도 꼭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덕분에 잘 살았노라고, 또 행복했다고.
그러니, 이제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