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는 자랑이었고 삶의 등불이었다. (80번째 이일)
내 마음의 짐을 덜자고 한 일이
그들에게는 자랑이었고 삶의 등불이었다.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되면
자연스럽게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를 만들곤 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되다 보니
미리부터 시간 약속을 잡아야 했고
약소하게나마 선물을 준비하곤 했다.
내가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었고 때에 따라 부담스럽기도 했다.
막상 자리를 만들었을 때에도
누구 하나 썩 내켜하지 않는 눈치를 보이면
온 신경이 다 쓰이곤 했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운 일을 매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이유는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함이었다.
누군가는 진심을 다하고
누군가에게는 허례허식뿐인 겉치레가 되겠지만
뭐가 됐든 그들의 움직임이
나 또한 가만히 있다가는 불효녀의 오명을 뒤집어쓴
나쁜 년으로 만들 것 만 같았다.
그래서였다.
최소한의 도리라도 보이기로 한 이유가.
절반쯤은 불편한 효도를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는 이유가.
하지만 이런 순수하지 못한 효도도
그들에게는 곱디 고운 채로 걸러서 전달이 되고 있었나 보다.
큰 수고 없이 택배로 보낸 과일이나 찬거리는
그들의 입을 통해 나를 세상 착한 딸과 며느리로 만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자랑이었다.
그동안 스스로 짐을 덜어내기 위해 했던 일들이
그들에게 등불이 되어 그들의 매일을 밝혀주고 있었다.
이제 와서 나의 의도가 그들에게 들키지 않았기를
내심 바래보지만
아마도 그들은 진작에 나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를 치켜세우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이다.
멋쩍고 미안해 할 내 마음까지도
그들은 진작에 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짐으로만 여기던 그간의 날들이 죄스러워진다.
누군가는 불순한 마음으로 전한 효도 또한
나름의 할 일을 했다고 말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내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당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같은 형태의 무엇인가를 전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짐을 덜어내기 위한 마음보다
쉬이 꺼내어 보이기 힘들었던
그들을 향한 마음 속 깊은 감사와 진짜 사랑을 담아보는 것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나의 아주 작은 변화도 금세 눈치챌 만한
영원한 나의 하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