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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기 위해 독서법을 검색했다.

때로는 완벽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 (80번째 삼일)

by 김로기

최근 들어 독서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독서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검색하는 일이었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일도.

직접 책을 펼치는 일도 아닌.

독서법을 검색하는 것.

나의 시작은 보통 이러하다.

직접 무엇인가를 실행에 옮기기 전

준비과정이 꽤나 길고 복잡하다.

무엇인가를 시작했을 때 최고의 효율을 위해.

그리고 완벽한 시작을 위해 항상 반복하는 과정들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완벽한 시작에 비해

실천이 길지 못하다.

시작에 너무 힘을 들인 탓일까.

막상 시작하고 보면

계획하고 준비했던 과정들이 무색하게

금세 기운이 빠지고 만다.

그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부족한 것일까 싶은 절망에 다다르곤 한다.

대체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막상 완벽한 그것들을 실행에 옮겼을 때

정작 오랫동안 그것을 지속하지 못할 거라는 걸

무수한 경험으로 많이 알고 있음에도

늘 나는 완벽한 시작을 꿈꾸며 행동을 망설이곤 한다.

결국은 핑계에 불과한 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너무 완벽을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이

늘 일을 그르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독서를 완벽하게 하기 위하여

나는 독서 노트를 준비하고 독서 방법을 익히는 중이다.

과연 이렇게 완벽한 시작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독서의 길로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을까.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이번에도 나를 의심하고 있음이 분명한 듯싶다.

이번에 마음먹은 나의 결심을 위해

완벽한 시작보다는

이미 책장에 꽂힌 책을 먼저 고르고

적당한 자리에 앉기를 택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책을 펼쳐 무엇이든 읽는 것.

그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나의 결심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완벽에서 멀어지는 것.

그리고 효율을 따지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진짜 시작에 힘을 들이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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