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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밝은 집을 좋아하는 이유.

밝은 곳에서는 덜 외롭기 때문에. (81번째 일일)

by 김로기

나는 밝은 집을 좋아하는 편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전기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구석구석 쌓인 먼지가 조금 더 신경이 쓰이더라도

웬만하면 밝은 집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이 적막해도

곳곳을 밝게 밝혀 두면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든다.

어떤 집은 바닥에 먼지가 더 잘 보여서

청결하지 않은 상태가 드러나 보기 싫다고도 하고

어떤 집은 전기세가 아까워 불을 밝히기를 꺼린다고도 한다.

물론 여러 개의 방마다 쓸 때 없이 불을 밝혀두는 것은 낭비가 맞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공간.

내가 느낄 수 있는 공간만큼은 불을 밝게 켜두는 편이다.

맑은 날 기분이 좋고

흐린 날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집 안에 있을 때도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있으면

정말 그 어둠 속에 갇혀 쓸쓸한 기분이 더해지는 것 만 같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굳이 전등을 켜지 않고도 밝은 집을 느낄 수가 있지만

낮에도 해를 받아 집을 밝히기 위해서는

커튼은 필수로 걷혀 있어야 한다.

이런 밝음에서 비롯된 감정들의 변화가

크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나는 웬만하면 주위를 밝게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나를 쓸쓸하지 않게 하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손쉬운 방법이니까.

더군다나 낮이 길어진 요즘은

내게 조금 유리한 계절이기도 하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꽤 오랜 시간을 밝은 곳에서 지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덜 외로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는 밝은 집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운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가 익숙하고

늘 혼자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정작 나는 혼자가 어려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지금도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검고 온통 새카맣게 어둡다.

그러나 나는 혼자 독차지하기엔 아까울 만큼

인위적인 밝은 빛들 가운에 홀로 앉아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적어도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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