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없는 며느리. (81번째 삼일)
시댁이 농사를 짓다보니
갈때마다 매번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게 일상이 되었다.
고추가루, 상추, 들기름 등등
대부분 농사로 수확하신 작물들이다.
초반 일이년은 주시는 족족 다 받아들고 집에 왔다.
하지만 막상 집에 와서 보니
두식구 살림에 과하게도 많은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해가 지나 그해 농작물을 수확 할 무렵이 되면
지난해 다 먹지 못한 것들이 쌓여
버리는 일도 종종 생기곤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굳이 먹지 못할 것들이라면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시어머니는 늘 내게 왜 이렇게 욕심이 없냐며 말씀 하시곤 했다.
가끔씩 사돈어른들끼리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가 생겨도
"며느리가 욕심이 너무 없다."며 엄마에게 이야기 하곤 하셨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시어머니의 착각이었다.
나는 욕심이 참도 많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다.
다만 그곳에 갖고 싶은게 없었을 뿐.
만약 내가 원하는 무엇이 있었다면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손 가득 챙기려 들었을 것 이다.
그리고 내가 손해 보는 일 또한 나는 절대 만들지 않는 타입이다.
이런 내 마음까지는 모르고 계시는 것이
어찌보면 다행스럽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본심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찔리곤 하지만
한동안은 그런 욕심 없는 며느리로 남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고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이 생길때쯔음엔
시어머니도 나의 진심을 알게 되시겠지만
일단 지금은 시어머니의 착각을 모른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