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테크. (88번째 일일)
얼마 전 한 퀴즈쇼에 나와서
어린 나이에 큰돈을 모은 일로 화제가 된 청년이 있었다.
방송을 보면서도 '대단하다.'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는 저렇게까지는"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아끼고 살았으니
지금 저 정도의 큰돈을 모았겠지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삶을 살지는 못하겠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만나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먼저 식사를 마친 엄마는 휴대폰을 가지고 이것저것 분주히 무언가 하고 있었다.
나는 입안엔 가득 음식을 씹으며 엄마의 그런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것저것 눌러가며 작게는 50원부터 크고 작은 돈의 숫자가 찍혔다.
얼마 전 퀴즈쇼에서 나왔던 청년의 돈 벌기 수단 중 하나였던
'앱테크'가 기억났다.
엄마는 여러 개의 앱테크로 돈을 벌고 있었고
큰돈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뿌듯한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
우리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평소에는 한 귀로 새듯 들었던
엄마의 앱테크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나머지는 진짜 몇 원 단위의 소액이기도 했거니와
너무 여러 개의 어플을 깔아야 하는 탓에 정신이 없어서
그중 하나의 어플만을 다운로드하였다.
작은 기후 행동실천을 통해 소액의 적립금이 쌓이는 형태의 어플인데
대중교통을 타거나 텀블러 사용, 걷기 활동 등을 통해 적립금을 쌓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시스템이었다.
종종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기를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앱테크였다.
물론 큰돈은 아니었지만
몰랐다면 얻지 못했을 수익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그중 걷기로 얻어지는 수익은 200원에 불과하지만
그 200원을 위해 8,000보를 채워 걷는 날이 많아졌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소액의 수익일 수 있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리고 200원을 위해 걷기 운동을 하고
내게 그런 어플을 소개했다며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면
내가 다 뿌듯하기까지 하니.
200원의 크기가 작다고만은 볼 수 없었다.
나는 오늘도 200원을 벌기 위해 걷기 운동을 한다.
오늘따라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하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까지 모두 그 200원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200원의 크기가 새삼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