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좀 골라줘 봐요. (112번째 삼일)
결혼하기 전
내가 퇴근 무렵이 되면 엄마로부터 늘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저녁은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하는
비슷한 내용의 질문들이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나의 대부분의 대답은
"아무거나"였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서
내가 저녁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때가 오니
그때 엄마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오는
가족들의 저녁메뉴를 고르는 시간은
정말이지 고민스러운 시간이다.
어제와는 뭔가 달랐으면 싶고
그렇다고 매일을 거창하게 차리기엔 생활비가 염려되고
누구 하나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자니
또 다른 누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메뉴다.
그런 오만가지 경우를 다 염두에 두고 메뉴를 정하다 보니
언제나 비슷한 반찬이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젠 나도 비슷한 처지다.
차라리 무엇이 먹고 싶다 하면 쉬울 것을
오로지 내 결정으로 이어진
저녁 메뉴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살살 눈치를 살핀다.
어느 하나 눈치 주는 사람이 없음에도
오늘의 나의 선택이 부디 쏙 마음에 들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어떤 날은 나의 바람에 걸맞게 맛있게 먹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입에 맞지 않는지 젓가락질이 시원치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막상 내 입으로는 뭐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밥을 먹을 때도 많다.
그 순간은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차려진 저녁밥상을 심판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전적으로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남편이야 절대 알리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면 마음 한편으로 조금 미안해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엄마다.
매일 저녁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오던 엄마의 물음에
그저 아무거나라고 대충 대답했던 날들.
이제 고작 몇 년 만에 매일같이 저녁을 차리는 일이
이렇게 지루하고도 신경 쓰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몇십 년을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 사람의 입에 맞춘 저녁을 차리고
그 세 사람의 눈치를 봐가며 밥을 먹었을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오늘도 저녁 무렵이 되면 변함없이 반찬거리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저녁 그때가 되면
조금 더 고민하고 말해줄걸.
조금 더 맛있게 먹어줄 걸 하는 미안한 마음이 함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