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수상한 모임.

술 안 먹는 사람들의 모임. (120번째 일일)

by 김로기

매일 집 밖에 모르던 동생이

언젠가부터 밤 외출이 잦아졌다.

엄마는 누군가를 만나러 다니는 것 같다고 했고

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남동생의 밤외출이야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 외출이 조금씩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갔다 하면 새벽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집안에서는 늘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것이

어딘가 의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마땅해지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다니거나

함께 식당을 찾아 밥도 먹고 했다는데

요즘은 아침이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서는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잠만 자는 꼴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냐며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듯했다.

우리는 동생을 살살 꼬셔 캐묻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생긴 모양인데

조금 궁금하기도 했었고

세상이 흉흉하니 혹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동생의 입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사람들과의 모임이라고 했다.

낯선 사람들이라기에 엄마와 나는 벌써부터 불안한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지만

이어진 동생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술 먹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그렇다.

동생은 원래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이나 흔히 젊은이들이 자주 모이는 술집에서의 모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없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매일같이 집에만 있는 것이 조금 안타깝기도 했었는데

그런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니.

들을수록 신기하고 궁금한 모임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인다는 그 모임은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곳곳의 호텔도 휴가시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두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한밤 중에 모여 먹고 놀아도

음주운전 걱정 없이 각자 차를 타고 집에 올 수 있었다.

퇴근만 하면 모임으로 달려가는 동생 덕분에

얼굴 볼 일이 많이 줄었다며 하소연하는 엄마였지만

그럼에도 예전처럼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반기는 듯했다.

언제까지 그 모임이 계속해서 유지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젊음이 방치되고 있지는 않은 듯해서

사실 나도 조금 마음이 놓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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