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상하네"
초음파 기계를 들여다보던 의사 선생님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그 짧은 한마디에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나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애타게,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궁에 배아가 잘 착상되었는지 확인하러 병원에 온 날이었다. 시험관 시술을 한 지 3주쯤 지났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매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을 지치게 하는 고통이었다. 내진대에 앉을 때마다 어색했다. 몇 번을 겪어도, 편해지지 않는 자리였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누운 채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던 순간, 의사는 한참을 더 들여다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쌍둥이네요. 반짝임이 두 개 보이죠?“
나는 검사실 안에서, 남편은 커튼 밖에서 각자의 화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어이없고 놀라워서 그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커튼 밖에서도 남편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예?!"
하나의 작은 집 안에서, 두 개의 점이 나란히 반짝이고 있었다. 세상에. 우리가 부모가 된다는 것도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데, 두 명의 아이를 품었다니. 그 조용한 반짝임 이후, 나와 남편 인생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실, 이 아이들을 만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 당시 나는 30대 초반이었다. 그래서 자연임신이 가능할 거라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초조해졌고, 2년이 더 흐르자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병원을 알아보았고, 최후의 수단처럼 여겼던 시험관 시술을 받기로 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내가 직접 내 배에 주사를 놓아야 했다. 손이 떨렸고, 바늘이 닿는 순간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은 붓고, 감정은 예민해졌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해주지 않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밀려왔다. 몸의 변화는 물론이고,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이번만큼은 제발 잘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기적처럼, 첫 시도에서 임신이 되었다.
임신 5주차.
병원에서 아기집 하나가 잘 자리 잡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초음파 화면 속 그 조그마한 점 하나가 왜 그토록 벅차게 느껴졌는지, 지금도 그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 남편과 말없이 손을 잡았다. 햇살은 따뜻했고, 마음은 말랑했고, 아무 말이 필요 없던 하루였다.
그리고 딱 일주일 뒤, 그 조그마한 점 안에 두 개의 반짝임이 나타났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작은 생명들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던 시간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였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할 것이다.
"그날이에요. 두 개의 반짝임을 본, 바로 그날부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