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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31. 2015

달과 6펜스

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 - 서머셋 모옴 


#1

셰익스피어도 악인 이아고를 창조해낼 때, 환상으로 달빛을 엮어내듯 데스데모나를 묘사할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깊은 예술적 흥취에 젖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문명사회의 예의나 관습 때문에 잠재의식이라는 신비 속에 깊숙이 간직되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뿌리 깊은 본능, 바로 그 본능이다. 자신이 만든 인물에 피와 살을 붙임으로써, 작가는 다른 방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내부에 감춰진 그런 부분에 생명을 부여한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이러한 만족감은 곧 스스로에 대한 해방감이다. 

작가는 판단에 앞서서 조사하고 캐내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 법이다.  내 속에는 분명히 스트릭랜드를 미워하는 감정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의 동기를 확인하고 싶은 냉정한 호기심도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그처럼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들의 일생을 비극으로 몰고 간 자신의 행위를 그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대담하게 메스를 대어보기로 했다.




#2

"당신의 용기가 좌절된 거예요. 육체의 허약함이 당신의 영혼에까지 옮아간 거죠. 어떤 끝없는 동경이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경 때문에 당신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정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목적지를 향해 당신은 위험하고 고독한 길을 헤매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있지도 않은 신전을 찾아 방랑하는 영원한 순례자와 같은 것이죠.

당신이 지향하고 있는 것이 어떤 불가사의한 열반인지 나는 모릅니다. 당신은 알고 있겠죠? 어쩌면 당신이 구하고 있는 것은 '진리'와 '자유'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순간 '사랑' 속에서 구원의 손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당신의 지친 영혼은 여자의 품에서 휴식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자 당신은 그녀가 미워진 거예요. 여자에 대해 동정심 따윈 전혀 느끼지 않았어요. 당신 자신에 대한 동정도 전혀 느끼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그녀를 죽여버렸죠. 왜냐하면 당신은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던 위험에 대해 계속해서 혼자 떨고 있었기 때문이죠."


#3 외딴 섬 타히티

세상에는 괴상한 짓을 하는 괴짜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라기 보다 필연적 운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그는 동그란 구멍 속에 박힌 네모난 못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어떤 형태의 못이라도 구멍에 맞지 않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렇다고 그가 이곳에 와서 고분고분해진 것도 아니고, 이기적이지 않은 것도, 잔인성이 사라진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그에게 있어 환경이 좋아졌을 뿐이다. 그도 이와 같은 환경에서 일생을 보냈더라면 특별히 별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사실 여기서 그는 고국에서는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것을 부여 받았다. 그것은 사람들의 동정과 공감이었다.




브뤼노 선장

"한가지 일에 마음을 쏟아 그것을 완성하는 기쁨이란 그렇게 흔히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곳 생활은 검소하고 순수하답니다. 지나친 야심에 괴로워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우리 손으로 직접 완성한 일에서 보람을 얻을 때뿐입니다. 남의 악의에 고민하는 일도 없고, 남을 시기할 일도 없어요. 정말이지 흔히 사람들은 노동의 기쁨에 대해 얘기들을 하지만 무의미한 말로 들릴 때가 많더군요. 그러나 나는 그의미를 아주 잘 안답니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4 

그 그림 속에 스트릭랜드는 마침내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모두 쏟아 놓은 것이 아닐까? 그것이 마지막 기회임을 알고 묵묵히 화필을 움직이며 인생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인생에 대해서 그 동안 예측해온 모든 것들을 남김 없이 쏟아부었을 것이다.

아마 그는 그 그림 속에서 처음으로 영혼의 안식처를 발견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악마가 드디어 추방되고, 그일생이 모두 그것을 위한 고통스런 준비에 지나지 않았던 역작이 완성됨과 동시에 영원한 휴식이 그의 고고하고 괴로움으로 가득 찬 영혼 위에 내려앉았을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살아오면서 지녔던 뜻을 이루고 조용히 잠들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고갱의 일생 일부를  소설화한 것이고 작가 서머셋 모옴이 원하는 말하고 싶은 그것에 부합한 캐릭터로 만들어졌음을 느꼈다. 찰스 스트릭랜드에게 직접 물어보고 듣고싶었던 것은 하나 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그를 바라봤고 이해했으며 화자가 곧 작가 자신이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듯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끝없이 갈구하던 것을 성취해보이고 생을 마감한 것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을 선물로 준 너에게 감사하며... "오롯이 너에게 집중하고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사는 인생이 되길!"-  2012. 08. 01 from B.R.  -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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