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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30. 2015

개 형제

루이제 린저

너는 모르면서 알고 있다


이 책은 나자렛 출신의 랍비, 그 유대인을 주인으로 삼고 따르는 개의 이야기이다. 나사렛은 팔레스타인 북부, 갈릴레이 지방 중앙의 산위에 있는 마을로 예수가 성장해서 교육을 받은 장소이다. 그 때문에 예수와 그 제자들은 <나사렛 사람>으로 불렸다. 예전에 파란 개가 주인공인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이후에 개가 주인공인 두번째 책이다. 말하는 개는 나에게 더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친숙하다. 루이제 린저가 쓴 <개 형제>가 무척 기대가 되었다. 나에겐 종교적인 것은 오히려 납득할 수 없고 때론 동의 할 수 없는 것들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가 나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해줄지 솔직히 반신반의 했다.


랍비는 개를 개 형제라 부른다. 주인의 말을 따르는 충실한 개가 되었고 랍비가 행하는 말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일들, 의로운 일들을 지켜보게 된다. 나는 개로 점점 동화되며 읽어가게 되었다. 그런 기분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왠지 나도 따르고 충실할 수 있는 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말하는 주인은 모든 면에서 존경할 수 있는 그런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현실의 존경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영원한 별이 되었고 우리 모두는 홀로 남게 되었다. 생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니깐...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이것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어떤 부정을 계속하며 읽었다. 나는 여전히 어떤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이 이야기를 읽고서 나도 이 개 형제와 마찮가지로 머릿속에 새겨두는 일쯤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나? 좋은 말씀이니깐... 틀린말이 아니란 사실을 나도 스스로 확인을 하며 살고 있지않나... 그런 물음과 답을 내놓는 순환이 일어났다. 랍비의 가르침을 받은 개 형제는 마지막까지 충실히 그의 뜻을 이루려 노력했을 것이다.


작가 루이제 린저 그녀의 삶도 순탄하지 않았다. 독일 여류 소설가로 반나치스활동으로 투옥되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투옥된 경험으로 쓴 책도 있으며 한국과 북한을 여러번 방문하고 저서도 남겼으며. 달라이 라마를 만나러 80세가 넘은 고령으로 히말라야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가 보는 인생관, 세계관, 종교관은 남다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개의 언어

우리 개들은 인간의 언어를 많이 이해하고 있지만, 단어를 이용해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느낌으로 사고하고, 아주 많은 표현을 할 줄 안다. 눈과 귀와 뒷덜미의 털과 꼬리와 손발과 이빨과 코로 말한다. 슬프거나 창피하다는 뜻으로 귀와 꼬리를 내려뜨린다. 당신을 신뢰한다는 뜻으로 앞발을 내주고, 사랑이 넘칠 때는 코가 축축해지며 주둥이를 당신의 무릎 위에 올려 놓는다. 바닥에 등을 대고 벌렁 누우면 나를 온전히 당신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우리는 또한 목소리를 이용해서 말을 하기도 한다. 낑낑거리기도 하고 크르릉거리기도하고 짖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하며, 누군가 손으로 쓰다듬어주면 행복감과 만족감에 겨워서 침묵한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언어를 이해한다.(p16)


랍비는 가난하고 목마른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중략) 한 사람은 랍비가 이야기하는 나라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늘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 새로운 나라가 오게 하고 우리 노예들을 자유인으로 만들어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하라고, 미움 대신 사랑이 있게 하라고 소리쳤다. 나는 '더이상 개들이 매를 맞지 않고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때가 언제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p61)


처음으로 인간으로 태어났을 때에야 비로소 그런 말들이 다시 내귓가에 쟁쟁하게 들려 왔고, 나는 관문, 과도기, 변화, 도래, 삶, 죽음 같은 단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단어들이 내 기억의 주름 사이에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p73-74)


"창피한 줄 알아라. 네가 생명을 빼앗다니. 그 생명은 너의 것이 아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 알겠느냐. 절대로 다시는 그러지 마라!" 나는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그럼 나보고 뭘 먹으란 말인가? 그리고 이제 이 죽은 자고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새주인이 말했다. "자고는 네가 죽였으니, 네가 먹거라." 나는 신이 나서 자고의 깃털을 뽑고 살점을 물어 뜯었지만, 맛이 없었다. 그때 이후로 다시는 짐승을 사냥하는 일이 없었다.(p87)


나보고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나는 내 주인을 사랑했고, 이제는 더이상 개다운 개가 못 되었다.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고기시장에서 알챘는데, 처음에는 피냄새가 나를 자극하더니 얼마 안 있어 금방 그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나는 안 먹었다. 고기는 더이상 먹지 않았다. 어쨌든 피가 뚝뚝 흐르는 것은 먹지 않았다. 기껏해야 익힌 것이나 구운 것으로, 뼈에 붙어 있는 것 정도를 먹었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서는 아예 먹지 않았다.(p103-104)


랍비가 우리와 함께 있지 않고, 모든 것이 달라진 지금, 더이상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로소 그가 우리와 함께 있을 당시가 얼마나 좋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제 랍비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죽은 것은 죽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없는데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p135)


나 자신도 이미 나이가 들 대로 들어 사람의 나이가 그만큼 되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땅 속에 묻혀 세월이 흐르면서 흙이 된다는 것을... 목자가 무덤을 파고 미르얌을 그 안에 뉘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통곡을 하며 애도가를 불렀고, 울고 또 울었다. 랍비가 가고, 미르얌도 가고, 나 혼자만 남았다.(p157)


랍비

그가 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개 형제여?" 내가 나직한 소리로 컹컹 짖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모르면서 알고 있다."(p44)


"개 형제여,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그것이냐?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중략)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좀 다르단다. 사람들은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서로를 아프게 하고 자연을 방해하는 불행한 존재들이란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그것이란 말이냐?" (중략) "그래 언젠가는 인간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난 다음에 말이다. 그 모든 것을 다 잘 극복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너는 나의 개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지 말거라. 영원히! 언젠가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p73)


"개 형제여, 네가 인간으로서, 그리고 나와 미르얌의 개로서 겪은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하여라. 너는 늘 나의 형제였단다. 모든 이야기를 빠짐없이 들려주어라. 내가 그러기를 원하므로, 너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를 이해하고 너의 이야기를 인간의 언어로 적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겠다. 이제는 그만 자거라, 내 착한 개 형제여."(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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