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절망에 앞서 처절한 반성을...
김탁환 작가의 글을 오랜만에 집어 들었다. 에세이 <읽어가겠다>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제목만으로 생각하길... 따스한 이야기라고 무심결에 생각했다... 나에게도 봄이면 잊지 않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잊은 적 없다. 언제나 그 불행의 한 발자국 옆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러할 생각이다. 그날을 잊지 않고 '내가 보았다'고 꼭 알려주고 싶다...
어떻게 이 고통을 극복하고 다른 인간으로 거듭날 것인가.
전쟁소설, 역사소설, 피로 쌓은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 소설책을 주로 읽었었다. 대체로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성패가 이미 정해진 뒤 쓰인 터라 그러할까? 허물고 세우기를 반복하는데 좋고 나쁨도 없었다. 내가 믿는 진실이 진실이 아니라고 할 때, 나만 모르던 진실이 더 충격일 뿐이었다.
소설이 아닌 역사는 또다시 쓰이고 있고 내가 느낀 절망감의 십 분지 일도 반영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목격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전락하지 말라 한다. 아무도 죽지 않는 밤 없으니... 독자에겐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외에 다른 일상이 없으며 우리의 일상을 시작할 때라 한다. 내 한목소리 제대로 낼 줄 안다면 나는 허투루 책 읽은 것 아닐 테다...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떠오른다. 다시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 그날의 기억이 눈앞에 그려지고야 만다. 이 책은 나를 다시 한번 그 기억 속으로 밀어 넣어서 당황스러웠다. 한 번도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실컷 울어줄 수 없었다. 치유 없이 방치된 기분이다.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은 전통적이고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행위라는 것 새겨듣게 되었다...
구름을 눈, 땅을 마음에 비유한다면
눈물은 비와 같다는 것이다.
비는 구름과 땅을 통하는 기의 감응에 의해 내리되,
구름에도 속하지 않고 땅에도 속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테네시 주 남동부의 경사진 숲을 오가며 1년을 보며 숲을 기록한다. 고인돌 별자리, 숲 일기, 꽃 그림책 등 결과물은 제각각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정확히 보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아끼는 대상을 시도 때도 없이 바라보라 한다. 이해하기 위해 정성을 쏟으라 한다. 나에게도 그러한 대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하는 유일한 기록은 책이고 사람이다.
즐거운 지식 쌓는 시간이 전혀 없다.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는 무한도전이다! 예능으로나 생각할 정도라는 게 부끄럽다. 고등학생 때 과학잡지를 한 권 사본 게 전 부인 듯하다. 그 이후 한 번도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시작이 필요하다면 어떤 책으로 하면 좋을까... 솔직히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 다양한 지식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관심이 생기는 것부터?!
김탁환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상식, 편의, 이익을 앞세워 틈을 무시하고 작가 자신에게로 오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환원시키는 것 오만이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 들여다보기, 자신만의 풍경 만들기, 일상의 소리들 내면의 울림으로 바뀌는 순간, 죽음과의 투쟁, 진심, 매혹적인 가정법, 시공을 초월하는 영혼을 밝히는 시, 세상의 기미, 새로운 물음, 기억의 도구들, 우연들 경험하기 등으로 영혼이 흔들리는 글쓰기를 하라 한다.
내게는
행복으로 끝나는 책들을 보내달라
날개 부러진 비행기가
편안히 비행장에 돌아오도록
수술실을 나오는 외과의의 얼굴이
기쁨으로 하여 빛나도록
멀었던 어린애의 눈이 반짝 열리도록
우리 도대체 보지 않았던 것이 있었던가
받아보지 못한 고통이 있었는가
함께 체험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는가?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한 모든 파국의 카탈로그 구석구석까지 파헤쳤다
가볍게 읽고자 집어 들었던 책인데... 곳곳에 그러한 마음 느낄 수 있도록 쓰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탁환 작가의 단상이기도 했다. 기억을 되살리는 일 그리고 책 소개로 이어졌다. 젊음을 상기시키는 책들을 소개했던 것처럼 이 책도 그러한 책 소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던 작가의 이야기는 솔직히 기억나질 않는다.. 소개받았던 책만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는 좀 다르지 싶다...
나는 김탁환 작가의 <불멸의 이순신>, <허균의 최후의 19일>, <노서아 가비>를 읽고서 더 이어 읽지 못 해 아쉽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 <목격자들>,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 <혜초> 작품 소개가 있었고 직접 답사한 이야기도 있었고 무척 설렜던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들 그러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