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주영헌
바람이 지나는 모든 길이 시詩다. 혈관 깊숙한 곳에서부터 외계까지 이어지는 끝 모를 길을 헤매다 방향 잃어버리고 흩어진다. 흘러가다 보면 바람이 다 빠져나가 짙은 해무海霧도 없다. 흐르는 것의 속성은 흐르고 흘러 다시 저곳....
지독한 상실감, 가라앉아버린 희망, 아이를 잃은 슬픔, 진지한 고민, 내 것이 아닌 마음으로 잊어준다는 체념만 남아있다. 텅 비어버린 몸통, 깊은 구멍은 흔들리는 하나의 음표다. 싱싱한 슬픈 잎은 가장 먼 곳에서 말라간다. 고요를 품은 사람의 집은 작은 바람에도 구겨진다....
나무에 위胃가 있다면
胃를 가득 채우는 흔들림은 허공의 속성일 것
부유의 존재들로부터 수유하는 수천 장의 바람
뭉쳐진 그늘 밑에서 나는 나무의 연금술을 생각한다.
<위胃> p24-25
<시를 읽고서>
주영헌 시인은 등단하고 7년 만에 첫 시집을 내었다. 시집의 시작은 해무/윤회/송곳/화병花病/벚꽃족적/외계/졸음,하엽,음표/위胃/호수빌라.... 로 이어진다. 해무를 읽고 덮었다. 윤회, 송곳을 읽고 덮었다. 호수빌라까지 읽는데 보름이 넘게 걸렸다. 다시 읽고 뒤로 후진해서 읽기를 3번 쯤하고 송곳이란 시가 너무도 슬펐다.
상실감이 이토록 크다면 나는 모르고 싶다. 몰랐으면 싶다. 이토록 슬프다면 누구도 이처럼 슬프도록 두고 싶지 않을듯하다. 하루하루 좋고 싫은 것 투성이다. 고집도 부리고 웃고 화해하기도 하는데 더 이상 없다는 건 설명할 수 없다.
추운 봄을 불러놓고 저 가시들 웅웅거리며 박혀 있다
눈감은 피안들이 말라가는 공원
누군가 울먹이며 앉아 있다면
그는 지금 목에 가시가 박혀 있다는 뜻이다.
<공원을 지나는> p54
삶과 죽음의 그늘이 함께 자란다. 노인이 아이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다.계절이 끝났다. 사랑이 끝날 시간. 하얗게 피어서 하얗게 말라가는 생....
구겨진 기억은 거칠하기만 하다
바람, 하고 부를 때
흩어진 떨림들 사이마다 푸른 피가 흐를 것이고
쓸쓸함이 빽빽이 우거지겠지
<바람을 구기다> p80
* 주영헌 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yhjoo1
비가오니 눈이온다. 시쓰는 주영헌의 블로그. 이메일(yhjoo1@naver.com) * 개인 외 기업형 블로그 서로이웃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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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진 것을 기억하고
앞으로 질 것을 추억하기 위하여
사람을 쓰다.
2016. 03. 주 영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