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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Apr 21. 2016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책방이 되고 싶다本屋になりたい


우다 도모코는  일본의 대형 서점인 준쿠도 서점 직원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오키나와에 헌책방을 연다. 어떤 고백도 없이 소소한 일상을 들려준다. 느끼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그녀는 오키나와 현 나하 시에 일본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 울랄라>를 시장 틈새에 열었고 틈틈이 잡지에 기고하고 책을 쓰며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책방에 앉아 구경하는 시장 풍경

안 읽어도 돼요.
가지고만 있어도, 가끔 펴보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책은 집에서 느긋하게 읽는 것이 최고!




매우 열정적인 독자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의 극히 일부 밖엔 읽지 못한다. 즐길 수 없는 책을 무리해서 읽기보다 먼저 가능한 한 넓은 시야로 전체를 내다보고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토모코는 이 좁은 가게를 잘 아우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책방 이름 짓기, 영업 허가 받기, 간판 만들고, 책방 내부 꾸미고, 서가 채우기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책에 대해 알아야 했지만 정말 좋아해서 읽는 사람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었다. 띠지, 목차, 저자 약력을 보면서 책을 진열하고, 사전이나 개요서 등을 조사하며 일은 해야만 했다. 공부를 더 하지 못한 콤플렉스가 있지만 여하튼 책과 연결된 삶을 서점 직원으로나마 이룰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토모코 혼자 앉아 책을 팔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 한 장면이다. 오른편엔 쓰케모노 가게-식료품을 병에 담아 파는 가게-고 왼편은 옷가게다. 그 한가운데 책방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이거 일본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지?라고 웃었다. 토모코가 부럽다고 생각한 건 나뿐일까?.... 일찍이 나도 제대로 나를 알았다면 사서가 되었을 텐데... 어떻게든 책과 좀 가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토모코 마음도 한편 이해가 되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가긴 어렵다. 그래서 잘 아우를 줄 아는 책방 주인이 되려고 노력한 부분이 애틋하고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마음과 능력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을 알아가고 기록하는 그녀의 솔직한 모습이 좋았다. 



여기는 오키나와 책이 많군요.
오키나와를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오면 참 좋아하겠어요.
멋진 일을 하고 있군요.

오키나와 사람들이 책을 많이 내죠?
보통은 감추는데... 오키나와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다 얘기해요.

누구더라? 오키나와 시인... 야마노구치 바쿠!



토모코는 이 공간에서 어떤 마음을 두고 있었던 걸까? 책은 작가의 마음이 들어있다. 울랄라 헌책방엔 토모코의 마음이 들어있다. 그녀는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이 가게에 향수와 애수가 느껴진다는 손님을 만난다. 자신은 우물쭈물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한다. 아직 오키나와 생활도 헌책방 주인 역할도 익숙하지 않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이 헌책방으로 모여든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무심결에 들었다. 너도나도 이야기하려고 들면 공해가 아니냐는 말에 나도 풋-하고 웃어버렸지만... 그런 게 좋을지도! 서로 끊임없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정겨울지도 모르겠다...



책에 줄 긋는 심리 알아요?
자기 자신을 남기고 싶단 기분이 드는 거죠.
나이를 먹으면요.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고독한 시간에 옆집에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조금 든든한 토모코였다. 책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지나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녀가 과감 없이 뛰어든 이 헌책방을 닫아버리고 훌쩍 떠나온 것처럼 다시 훌쩍 떠날 수도 있는 일이다. 토모코는 그럴 마음으로 이 곳에 온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매우 작은 책방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대형 서점도 문을 닫는 때인데.. 어째서 작은 책방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토모코는 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딱히 그렇지도 않다고 말해왔지만 역시나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몇 번을 다시 읽은 책도, 처음 읽는 책도, 사람이 쓴 책을 읽는 일이 마냥 좋다고.....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를 우연히 읽었고 띄엄띄엄 읽었고 나름  감동적이게 읽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다른 한편으론 구마모토 지진피해가 심각해서 걱정이다. 여기나 거기나 일상의 삶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무사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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