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훌리아 May 02. 2016

죽음에 대한 문화 인식 <죽음 철학>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죽는 게 뭐라고' 에세이



사노 요코 할머니는 2010년 암으로 72세에 돌아가셨다. 이 책은 죽기 2년 전 할머니의 일상의 기록이다. 나는 단지 빈자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모두가 살다가 어느 때가 되어서 삶을 종료한다. 지켜봐왔던 모든 경우의 수가 쌓이고 쌓여서 그중에 하나가 내 삶의 모습이 될 거라는 짐작을 할 뿐이다.


사소한 이야기, 사회문제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엮어 들려주신다. 웃게도 만들고 때론 눈물짓게도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할머니였다. 어릴 적 자신의 형제들이 때 이른 죽음을 맞는 장면, 장면이 몹시도 슬펐다. 일상에서 유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할머니 자신이 죽음에 대한 자세가 이미 몸에 새겨져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게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무언의 조언이었다. 돈과 목숨을 아끼지 말 것, 비겁함은 가장 나쁜 것, 끊임없는 불꽃놀이, 성격이 나쁜 사람은 자기 성격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 자신이 죽고 소란 피우지 말 것 등등을 당부한다. 소울 있게 때론 박력 있게 때론 코믹하게 이러한 것들 미리미리 챙기라고 말하는 듯했다.








솔직하게 말하기



#. 우울증은 아침부터 죽고 싶어도 죽어서는 안 되는 병이다. 나는 암보다 우울증이라 자율신경실조증이 훨씬 더 괴롭고 힘들었다.

#. 옛날에는 노인의 자리와 역할이 있었다. 요즘 세상에서는 모든 정보가 삑삑 전파를 타고 컴퓨터로 들어온다. 노인은 이제 쓸모가 없다.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 가난해도 좋다. 나는 품격과 긍지를 지닌 채 죽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단, 병과의 장렬한 싸움만은 싫다.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픈 건 싫다. 아픈 건 무섭다.

#. 뭐든 편할 대로 생각하는 내 삶의 방식이 죽는 방식까지 이어진다.




3인칭 죽음, 아, 죽었구나 정도로 별로 슬퍼하지 않아요.

2인칭 죽음, 당신의 죽음(부모, 자식, 형제 등) 심각하게 받아들이죠.

1인칭 죽음, 나의 죽음은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인 데다 남들한테 물을 수도 없으니 어려운 거죠.




죽는다는 건 무엇인가?



#. 사람은 죽음과의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2.5인칭 의사, 환자가족, 환자)

#. 과거에 '죽음'이란 호흡이 멎고 심장이 멈추고 동공이 풀리는 걸 의미한다.

#, 사람이 죽는 경우, 그 원인은 몇 가지 종류의 병으로 나뉜다. 지금은 암(악성신생물)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심장(심근경색, 심부전 등)이나 머리(뇌졸중, 뇌종양 등)다. 그리고 고령자의 폐렴과 자살, 교통사고로 대개는 이 중 하나로 죽는다.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인가?



# 전 이제 1년이나 1년 반 정도밖에 못 살지만, 처리해야 할 안건이 다섯 개나 있어요. 모두 불쌍한 사람이라서 어떻게든 해결한 다음에 죽고 싶어요.

# 암이 뇌로 전이돼서 누운 채 지냈지만, 그 후의 1년은 의식이 없어서 마치 깊이 잠든 것 같았어요. 아무런 동요 없이 조용히 자다가 제가 가면 생긋 웃었고 그 모습 그대로 저세상으로 갔어요.

# 연어는 산란이 끝나면 '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유전자 프로그램이 딱 끊겨 없어집니다. 그런 다음 픽 하고 죽는 거죠. 인간도 유전자가 제대로 힘을 발휘해주는 시기는 쉰 살에서 쉰다섯 살 정도까지예요.

# 사람의 일생은 잘 순환되도록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겁니다. (출생-성장-자아 찾기-생식-출산-양육-쇠약-죽음)



현대인은 '활동할 수 있는 인생이 짧다'라는
사실을 의외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나 자신은 뇌 속에 있다



# 소뇌가 없는 몸은 못 움직일지어정 살아서 자신을 유지할 수 있다. 뇌간을 모조리 들어내면 호흡이 불가능해져서 생명을 잃지만, 인공호흡기를 쓰면 살 수 있고 자기 자신도 없어지지 않는다. '나 자신'은 인간의 몸 중 가장 발달한 대뇌피질의, 엄청나게 복잡한 신경회로 속에 존재한다. 이 곳이 고장 나면 치매나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 당신 자신은 대뇌의 회로 속에 있지만, 신체는 이것과 별개로 지구 40억 년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유기물의 집합이다. 당신 자신과는 별개의 것이다. 당신은 신체를 빌리고 있을 뿐이다.




죽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 죽은 후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에요. 생각해봤자 분명 거기엔 아무것도 없을 테니깐요. 죽은 후의 일은 몰라도 괜찮아요.

# 장례식도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치러야만 해요. 한 번에 끝나니까요. 장례식은 죽음을 실감시키는 의식이에요.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해지지 않아요. 그러니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죽으면 내 세계도 죽겠지만, 우주가 소멸하는 건 아니니까요.




<마무리>

<죽음에 대한 문화>를 알린다. 죽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노 요코 할머니는 죽음에 다가 서고 있어 죽음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고통이 심해져 오면 매일 같이 마라톤을 뛰고 난 후의 상태처럼 있었다. 약을 먹어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죽으려고도 했다. 목놓아 울고 싶어도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아파도 죽지는 않았다. 억울해서 울었다.


누군가 죽어서 슬프다면 '울어도 된다.' 이 말이 참 슬펐다. 참아도 되지 않는 울음이다. 사노 요코 할머니는 어릴 적에 이미 사라져버린 것, 영원히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쓸쓸함을 느꼈다.


죽음에는 논리가 없다. 느닷없이 닥쳐오기도 하고 질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기도 하고 오래도록 혼자 살아남을 순 없다. 종료가 있을 뿐이다. 그 다가오는 시간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있어야 할까? 사노 요코 할머니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없는 사노 요코 할머니는 지금 미련 없이 편안하게 잠들어 계실 테다. 글 속에 음성은 박력있고 냉소적이고 유쾌하고 따분함이 없었다. 자신의 호기심, 두근거림 그런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일어난 사실들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좀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정리하고 이해하려 한다.


나에게도 남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을 테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있어야 할지 그 가닥을 잡아 나아가야 하겠구나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