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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r 09. 2016

몽테뉴의 수상록 '내 영혼과 나 자신을 탐구하다'

나만큼 자기 삶을 불신하고 삶의 길이를 얕잡아 보는 사람도 없다.
나는 빨리 늙기보다는 늙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쁨의 순간까지도 움켜쥔다.
- 몽테뉴 -



몽테뉴의 생각이다. 내가 읽은 이 책은 출판사에서 주제별로 다시 엮었다고 한다. 1533년에 프랑스 남부 프랑스 페르고르 주에 태어난 몽테뉴는 이 책의 집필 당시 39세였다. 1580년에〈수상록〉두 권을 출판했고 1588년 새롭게  6백 개의 증보(增補)와 셋째 권이 덧붙였다. 그는 다시 전반적인 개정을 준비하다 완성하지 못한 채 1592년 59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 




몽테뉴 / first edition copy of Montaigne’s “Essais,” 1580 / Essais title page





# 죽음

매일이 그대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  죽음에 직면하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은 더 이상 피하지 않겠노라' 즉시 결심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동요하고 삶을 생각하면 죽음이 동요한다. 삶과 죽음의 교환을 더욱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내 방식대로 죽기 위해 기꺼이 내 인생의 여러 날을 할애할 수 있다. 의연하고 평온하게 사는 법을 알았다면 그렇게 죽는 법도 알 것이다.

우리가 삶을 연명해온 것이 기이한 행운이었음을 깨닫고 통상적인 기간이 지나고 나면 이 행운도 끝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나의 영혼이 삶의 주인이다.

나는 모든 애정을 내 영혼과 나 자신에게 쏟는다. 나는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스스로를 평가한다. 자신만 돌보며 나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분석하고 음미한다. 자신의 존재를 충실하게 누릴 줄 아는 것은 절대적이며 숭고한 일이다. 남아있는 인생만큼은 자신을 위해 살자. 오직 자신과만 혼인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  *스스로를 존중하라. 나이가 들었을 때는 어떠한 의무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소크라테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세놓는다. 자신을 위해 재능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를 노예 삼는 자들을 위해 사용한다. 세 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셈이다. 바쁘기 위해 바쁘다. 일을 위한 일을 찾는다. 자기 자신을 담보로 넣으면 안 된다. 끌려다니면 안 된다.  스스로에게 경외심을 가지며 정신을 고결한 심상으로 가득 메우라. 신중하고 절제된 상태에 머물라. 정숙한 사람이라면 그 자체의 가치를 알아채고 어둠에서 빛으로 드러낸다.

늙은 영혼은 어리석고 무익하게 오만방자하며, 성가시게 지껄이거나 괴팍하고 비사교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미신 따위를 믿고, 이제는 쓸 일도 없으면서 바보같이 부에 집착한다. 그뿐만 아니라 더 탐욕스럽고 불의하며 교활하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위험하다. 우리를 압도하는 결함에 대비하여 최소한 그 진척을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신의 노화를 피할 수 있는 한 피하라.



# 나쁜 습관, 단점, 분노

나쁜 습관은 어린 시절 형성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물든다. 여기서 싹튼 것이 자라면 습관이 된다. 고약한 성질을 눈감아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본색이 드러나고 추악하고 비열하다. 아이들에게 근본적으로 악을 경멸하도록 철저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 실체가 얼마나 추악한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가르쳐 그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새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내가 가진 오점들은 인생에서 유용하다. 과거의 지나친 분노와 그 열기가 자신을 어디까지 몰고 갔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이 격정의 추악함을 더 잘 이해하면 지나치게 분노하지 않는다. 자신의 무지함, 우둔함, 왜곡된 이해력을 배울 때 전체를 개선할 수 있다. 특히 나를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분노가 나를 사로잡고 장악하는 순간부터는 그 동기가 얼마나 사소한가와 관계없이 격분한다. 폭풍은 각기 다른 시점에서 생겨난 분노들이 서로를 자극하며 각축을 벌일 때만 발생한다. 세월에 따라 성격이 더 거칠어지지만 나는 이것을 거스르기 위해 노력한다. 분노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화를 강하게 억눌러야 한다. 다만 나를 희생시켜가며 격정을 숨기기보다는 감정들을 느껴보는 게 좋다. 

타인의 단점에 대해 주의를 주는 일은 정직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후각이 더 예민했더라면 타인의 체취보다 자기 자신의 체취가 더 지독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 자신의 기쁨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신중하고 조리 있게 적당히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부를 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스스로를 더 잘 알기 위한 일이며, 잘 살고 잘 죽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자신이 진보하고 신중해졌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묘사하는 것은 나의 행위들이 아니라 나 자체이며 나의 본질이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정직하게 드러낸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소심하고 비겁한 짓이다.(*아리스토텔레스) 하지만 지나친 것은 안한 것만 못하다. 

위인들에게 '산다는 것'은 곧 '생각한다'는 것이고 자기 업이다. 
말을 흉내 내는 것은 쉽다. 그러나 판단력이나 창의력은 모방할 수 없다.



# 고통, 고독, 자유

우리는 잊을 것과 잊지 않을 것을 결정할 수 없다.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기억한다. 잊고자 하는 것은 잊을 수 없다. 나는 고통의 완전한 부재에는 동의하지 않는데,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픔에 대한 인식을 없앤다는 것은 그와 동시에 쾌감에 대한 인식도 없애버리는 것이며, 나아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조건이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에 무감각해지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정신의 둔화와 육체의 마비다. 지성의 힘이 부족할 때, 슬픔을 완화시키기 위해 불쾌한 생각에서 시선을 돌려 즐거움을 떠올리려 한다.

자신의 탐구하는 데 정신을 쏟는다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불완전한 조각들로 이루어졌는지 금세 발견할 수 있다. 진정한 고 독자이며 완벽히 혼자서 마음대로 살도록 하자. 자기만의 방(은신처)을 두어 진정한 자유와 고독을 만끽해야 한다. 우리의 욕망은 자주 흔들리며 일관성이 없다. 우리는 수많은 생각 사이로 떠다니지만 그중 어느 것도 확실하게 자유롭지 않고,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바라지도 않는다.

인간 최대의 걸작은 바로 온당하게 사는 인생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형식에 질서 있게 들어맞으며, 
비범하지만 부조리가 없는 삶이다.






<마무리>

몽테뉴 스스로 자신은 무신경함을 타고났으며 이해력, 실천력,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럽다 말한다.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자신에게 몰두하려 한다고 밝힌다.  또 거칠고 사내다운 친교와 어조를 좋아해 귀가 단련되어 있다 한다. 투박하고 강렬한 관계를 지향하는 우정이나, 서로 할퀴고 물어뜯어 피 흘리는 사랑을 좋아한다 말한다. 그저 몽상가인가 싶다가도 무척 다양한 모습을 발견했다. 세련되고 고상하게 자신을 생각을 밝히면서도 그의 말처럼 고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몽테뉴의 글을 전부 옮긴 것 아니라 아쉽다. 다음에 완역본을 읽어봐야겠다. 몽테뉴란 사람이 무척 궁금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몇 세기가 지났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와 나쁜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유심히 보았다. 결코 사소하지 않다. 나쁜 습관을 고쳐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 그 고비를 경험할 때마다 괴롭다. 분노를 느껴보라는 말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분노를 억누르기 참 힘들다. 분노의 방향은 안이 아니라 밖으로 하라 하는데 그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시간은 빠르게 나아가고 누적된 분노는 방향을 잃었다. 분노는 낮은 곳에서 서로를 향해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소외받은 곳에서 가장 번식하고 있지 않은가... 

몽테뉴가 말한 분노의 방향이 자신을 고통받게 두지 말라는 뜻이었을까? 나의 본성도 타인의 본성도 가려져 있지만 완전히 숨겨지지는 않는다. 표현하는 모든 것에서 나오고 있다. 나에게도 분명 장단점이 있다. 잘 들여다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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