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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Apr 29. 2016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실존 에세이

머리와 가슴속에 깃들여 있는 힘을 모두다 바치는 Kafka

                                                                                                                      

그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의 근거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었다. 온전하진 않지만 말로 다할 수 없어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다. 어린 시절 자신의 온갖 하찮은 생각들을 나열하고 아버지에게 기대할 수 없었던 것들을 떠올린다.



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요약해보신다면
저를 무례하다거나 몹쓸 녀석이라고는 하시지 않더라도
차갑고 낯설고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비난하실 테지요.

제 잘못이라는 듯이...
제 마음을 조금만 고쳐먹었더라면
만사를 다르게 해나갈 수도 있었을 거라는 듯이...

- Kafka -




아버지와 멀어진 탓이 결코 아버지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의 책임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서로 어느 정도 일조한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고 스스로 정리한다. 카프카 집안의 누구보다 아버지는 엄격한 편이셨고 자신은 아버지와 정반대 성격이었으며 그 성격은 전혀 바뀌지 않아서 영원히 아버지와 자신이 서로 겉돈다. 자신과 아버지는 그렇게 달랐고 서로에게 위험했고 결과적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모든 사물의 척도고, 온 세상이고, 자신의 ... '모든 것'이었다. 아버지의 교육방식은 그저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것이고 명령이었다. 아버지는 완력을 쓰고, 고함을 지르고, 버럭 화를 내며 깊은 인상을 그에게 남겼다.  자신의 미래와 무관한 것만 바라셨고 그는 아버지의 모든 행위들이 불러오는 그 여운을 가슴속에 오래도록 담아두었다.

카프카는 용기나 확신, 단호한 의지, 이러저러한 일에서의 기쁨이 아버지의 반대가 예상되어 그만 멈춰버렸다. 꿈이 무엇인지 욕망이 무엇이지 모른다.  자신은 아버지의 자존심이 상하거나 상처 입게 되는 경우에 힘이 나고,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고,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의 존재는 그저 약간의 격려와 약간의 따뜻한 정, 가야 할 열린 작은 길 정도면 되었는데... 너무 멀리 가고야 말았다.




<세계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 자신이 살고 있는 노예의 세계로 자신을 위해서만 제정된, 그러나 왠지 모르게 자신으로서는 결코 온전히 따를 수가 없는 법칙들이 지배하는 세계다.
2) 자신의 세계와는 무한히 멀리 떨어진 세계로 아버지가 살고 계신 세계, 그곳에서 아버지는 통치하는 일에 열중하여 수시로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이 지켜지지 않을 때면 크게 역정을 내신다.
3) 나머지 사람들이 사는 세계, 그들은 명령과 복종의 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산다.



순종적이었던 카프카는 더 이상 아버지를 따르지 않는 아들이 되었다. 전적으로 아버지 입장에서는 복종하지 않고 사사건건 반대를 하는 아들이고 말문을 닫은 아들이 되었다. 이렇다할 싸움은 없었지만 도피와 참담함과 서글픔 그리고 내면에서의 싸움이 결과로 남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테서 발견되는 우스꽝스러운 점들을 관찰하고, 모으고, 과장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복수심이다.  꼭 이때서 부터 카프카의 세계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버지 앞에서 자신은 사기꾼,  무가치한 존재, 죄의식을 갖고 평생 괴로워한다.

다 자란 나이가 되서야 저 바깥 세상과  직접 싸워야 했던 아이같던 카프카의 하소연이었을까. 이 편지를 쓴 시점인 36세 카프카는 자신의 하찮은 생각들이 더 이상 소용없음을 알았다. 한때의 아버지의 미소가 자신의 죄책감을 키우고 세상을 더욱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진정한 화해를 바라기는 했을까?


인색하다는 건 깊은 불행 속에 처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불행의 징표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모든 사물에 대해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제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것은 이미 손에 쥐고 있거나 입에 물고 있는 거 아니면 적어도 손에 쥐려고 하거나 입 속에 집어 넣고 있는 것뿐이었지요.





그는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났을까. 완전한 내적 결별을 이뤘을까.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혐오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카프카는 이 편지속에 지속적으로 아버지에게 증거를 들이민다. 자신이 이렇게 되고야 만 이유를 확인시키려 한다. 아버지가 타인에게 준 고통의 빚을 자신이 되갚고 사죄했음을 고백한다. 자신에게 들러붙은 아버지의 불신의 가르침에 몸서리친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자신에 대한 불신과 다른 모든 것의 불안이 되었다. 구원의 길을 기대하지 않았고 일찌감치 체념한다. 글을 쓸 때면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고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글 속엔 직접 원망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했으며 아버지와의 결별수순이었다. 또 한편으로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것, 결혼이야 말로 자신에게 희망적인 탈출시도라고 여겼던 때도 있었다.

삶은 우리에게 단지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해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착실하게 접근해 가는 것이다. 신분, 민족, 역사적인 관습이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충고와 무관한 채로 살아간다. 만약 미래 세계에 무슨일이 일어난다면 세상의 깨끗함은 아버지로 끝이 났을 것이고 세상의 더러움은 아버지의 충고 덕분에 자신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저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고 배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저는 줄곧 정신적 생존의 문제에만 너무도 깊이 몰두해 왔기 때문에 다른 일들은 모두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저의 의무입니다.
그 일을 지키고, 제가 막아낼 수 있는 어떠한 위험도, 나아가 그런 위험의 기미조차 그 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제 인생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없던 일로 해야 하고
곧 우리 자신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것을 뜻 하고
곧 자식들에 대한 아버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좋은 요소와 나쁜 요소들>
강인함과 타인에 대한 경멸, 건강과 어느 정도의  무절제, 뛰어난 언변과 불충분한 설명, 자기 신뢰와 모든 것에 대한 불만족, 세상에 대한 우월감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억압, 인간에 대한 이해와 불신 거기에다가 근면, 끈기, 침착, 대담성과 같은 완벽한 장점들까지
아버지에게서처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








<마무리>
카프카(1883~1924)는 아버지와 관계를 단절한 채 혼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의좋은 모습, 무한한 행복은 한낱 꿈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슬퍼할 줄 아는 힘은 자신에게 없었다. 아버지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아버지와의 싸움의 원인을 따져본다. 애정과 반항, 분노와 혐오, 체념과 죄의식의 감정을 느끼며 머리와 가슴속에 깃들여 있는 힘을 모두다 바치는듯 했다.

아버지의 희생으로 자신이 누린 것들을 잘 알고있다. 그것은 자신을 무력하게 할 뿐이었다. 카프카의 정통 피를 가진 강인한 아버지는 근본적으로 관대하고 부드러운 분이셨지만,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셨고. 그럴수록 그는 아버지를 피하고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었다. 성인이 되면서 완전한 독립과 아버지와 대등한 관계도 꿈꾼지만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간다...

아니 에르노 작가의 <한 남자>를 읽은 후와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읽은 후는 참 다르다. 부모는 왜 부모가 되었을까. 이 세상이 왜 존재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그런 질문은 소용 없다. 내 생각들은 적당히 구겨넣는 밤이다. 카프카는 더이상 아버지와 자신이 아니라 미래의 눈을 가지고 보는 듯 했다. 무슨일이 일어난다면... 그 가정아래 놓인 미래를 펼쳐보는 듯 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한창 전성기의 카프카가 쓴 글이다. 5년후 그는 41세의 나이로 죽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새로운 형식의 편지였다. 자신의 힘이 아버지에게서 온 것임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 함을, 그도 알았을테다... 헤밍웨이도 카프카를 좋아했을까? 노인과 바다가 생각난다..

제가 있던  방으로 슬며시 오셔서 문지방에 가만히 서 계신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저를 보시려고 목만 안으로 들이미시고는 저를 생각하셔서 그냥 손으로만 인사를 건네셨을 때...
저는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엎드려 울곤 했답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이렇게 쓰고 있는 동안에도 다시 눈물이 북받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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