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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Dec 02. 2017

나에게 어려운 자유여행

내 기준에서 꼼꼼한 건 

사실 허점 투성이다


나를 보고 그 사람은 참 생각하기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실수가 잦고 크게 한 건 한다고도 했다. 부인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 말고는 생각하기도 싫고 어서 끝내고 치워버리고 어서 내가 하고 싶은 생각만 하고 싶어 하니깐.  아니면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이기적인 걸 아는데도 그게 잘 고쳐지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 꼼꼼한 건 사실 허점 투성이다. 뭔가 찾다가 길 잃고 헤매다 맥락 없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 시간낭비가 많고 확신이 없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생활력은 제로고 회사일만 그나마 체계적으로 숙달되었다. 자유여행을 3년 전을 기준으로 매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내 계획대로 가보지 못했다. 내 계획은 지지부진한 채로 있다가 엎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한발 떨어진 곳에서 따라가기 급급하다. 굵직한 경로를 시간표를 만들고, 가는 길을 찾아 정리하는 걸 맡을 뿐이다.


이번 해외 자유여행을 계획하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었다. 거의 강제 학습하듯이 유튜브를 보고 책을 첫 장부터 꼼꼼히보고 깔 수 있는 앱이란 앱을 폰에 담았다. 상대방이 원하는 말도 빠트리지 않고 메모했다. 조금씩 채우는 느낌으로 준비해나갔다. 이런 나를 만두 보듯이 속 터져하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해냈다. 아직도 서툰 게 많아서 그 사람의 조언대로 체크하면서 진행했다. 조급하게 하지 않으려고 디데이를 두고 천천히 속도조절을 했다. 가슴 두근거리고 설렘이 교차되기도 했다. 틈나는 대로 일하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항공권을 예매하고서부터는 숙소를 정하기만 하면 여행의 절반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내 환불 요금은 0원이라는 

메일을 수신받고 난 

멘붕이 됐다.


어제는 기존에 예약해둔 숙소를 취소하고 다른 곳을 찜해두기로 했다. 회사에서 틈도 없이 일하는 중이었지만 그 사람과 톡 하며 서로 어디까지 진행할지 계획을 주고받았다. 북킹 앱에서 예약 취소는 무료였다. 비자 카드번호 다 입력했지만 결제처리는 되지 않아 취소 시 수수료가 없었다. 우리가 보아둔 숙소는 아고다 앱을 통해 알아냈고 찜만 해두려고 했다. 더 좋은 숙소를 알아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이동거리가 짧고 교통편이 좋은 곳을 찾았다. 후기도 좋아 평점 좋고, 가성비가 탁월한 깨끗한 숙소를 찾았다.


손은 바쁘게 일하면서 숙소 예약을 했다 북킹같이 아고다도 동일한 예약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내 문제는 내 선에서 결정하는 거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 거다. 거기다 뒤처리도 문제다. 이 얘긴 뒤에 하겠지만. 나에 이런 문제가 나는 너무 싫은데. 이제는 제발 고쳐졌으면 좋겠다.


아고다는 내 기준에서 예약만 한다는 것이 바로 결제로 이어졌다. 결제 문자 메시지가 내 폰에서 진동으로 느껴질 때 이미 사고는 시작됐고, 나는 어서 다시 원위치시키고픈 마음에 성급하게 예약 취소를 가볍게 눌러버리고 말았다. 이 상품은 특가상품이라 취소 환불수수료가 있었다. 내 환불 요금은 0원이라는 메일을 수신받고 난 멘붕이 됐다.


한국 상담사와 바로 3번의 통화, 다음날 아침 한 번의 통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침 출근길은 거의 반포기 상태였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나 말고도 많았다. 지식인 덧글을 찾아 읽으면서 얼마나 암담했는지 모른다. 내가 처음 상담사와 전화할 때도 환불 안됨, 기프트(아고다 내의 다른 상품 구매 가능) 안됨을 거의 확정적으로 말했다. 내가 결제한 상품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법적으로도 하나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 사실을 내가 모를 뿐이지만.


해결이라고 할 수 없는 해결을 했다. 무료 환불 안됨, 기프트 안됨, 마지막 보류 예약 복원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게 어디냐 돈을 날려버리지 않은 게 어디냐 위안 아닌 위안으로 삼았다. 찜과 예약(결제)을 구분하지 못한 내 실수이고,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내 실수라고 생각했다. 입장차가 있겠지만,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 무료 환불이 무조건 가능하길 바란다.


항공권, 숙박도 마음이 수시로 바뀌어서 변경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결제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지금도 여행 10일을 남겨두고, 자잘한 구매 건 환전은 하지 않았다. D-DAY까지 잘 찾아보고 실수 없이 정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는데도 1건의 반품 건이 있었고, 다시 찾아서 구매할 건도 생겼다. 여행을 일사천리로 하는 사람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서 이런 단계가 지나서 수월하게 일을 처리했으면 좋겠다.



Cast Away


이 글은 반성의 시간이다. 여행을 틈나는 대로 기록해 두고 싶다. 어제는 캐스트 어웨이를 다시 봤다. 오랜만에 나이가 들어서 본 캐스트 어웨이는 다르게 느껴졌다.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쓴 그가 숨 쉬며 살아야 할 이유를 문뜩 느낌적으로 안 순간, 가장 사랑했던 그녀를 다시 잃어버렸을 때도, 그는 자신에게 떠오른 잔잔한 어떤 느낌을 놓치지 않고 그 방향을 보며 미소 짓는다. 왠지 모르게 눈물짓게 만들었다.


예전엔 쇼생크 탈출과 캐스트 어웨이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 탈출이 좋았으니깐, 그런데 내가 본 탈출은 그들에겐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을 탈옥했을 때, 섬을 빠져나 올 때, 그들은 뒤돌아서서 바라본다. 그들이 머물던 그곳을 깊게 응시한다. 떠났고,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순응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단지 그것뿐이지만, 그렇지만 가장 값진 그런 삶이라고 넌지시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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