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날이 당신의 마흔일곱 번째 날이 되네요..
깜박하면 지나쳤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7월에 함께하는 생일이었는데 괜히 조금 아쉽다고 여겼네요..
브런치에 남기는 미리 쓰는 편지가 7회 차가 되었어요.
거짓말 같이 시간이 지나고 있답니다.
저는 요즘 감정의 기복이 (사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겠지만) 심해서 호르몬 약이 무색할 만큼 속이 날뛰고 있다는 점 저도 인정을 합니다.
어제는 제가 쓰레기장에 먼지 한 톨이 되어 날리는 꿈을 꿀 정도로 정말 쓰레기 같았죠.
웃음도 안 나오네요..
사는 게 즐겁기만 하다면 그건 진실로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을 거예요.
무념무상이란 말이 참 좋아지려고 합니다.
저는 왜 그럴까요?
누구나 다 이런 걸까요?
재미가 있다가도 없으니 체력적인 문제일까요?
늙으면 힘이 없어지고 정신도 육체를 따른다더니..
제 글을 당신이 절대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울이 넘치는 중입니다.
제 자신이 싫어지는 중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가끔은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늙는 제 자신도 싫은 것 같습니다.
5월 23일부터 출퇴근 길에 10분씩 걷고 있습니다.
미니 등산이기도 한 평지 4분, 오르막 3분, 급 오르막 3분 코스입니다.
3일째 되는 날 포기할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걷는 걸 포기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냥 매사 밥먹듯이 물 마시듯이 자듯이 이 모든 게 일상적이라 더 이상 특이사항이 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의문이 또 들었죠.
주말을 걷는 날로 해서 만보씩 걷기도 하지만 왜 아침 출근길 10분 걷기는 왜 이렇게 고민이 되는 걸까 싶었어요. 정말 이 아침에 내가 걷는 이유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나이 들어서 치매 걸리지 않는 성격 3가지가 있습니다.
1. 끊임없이 활동하는 사람
2.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배우고 익히는 사람
3. 좋은 면만 보는 습관을 가진 사람
저는 이 3가지를 다 가진 사람이 아니겠죠?
일단 첫 번째 끓임 없이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요...
당신은 매일 하루 한번 청소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2-3일에 한번, 대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일 겁니다.
아마 대충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서 되도록 아예 치울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 점을 더 노력할 겁니다.
당신은 문제가 생기면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해결해 놓으려고 하는데 저는 일단 한 번은 미루고 제가 하려던 일을 먼저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저를 그렇게 자주 부르는 걸까요?
가만히 두질 않아서 제가 신경질이 날 뻔한 적이 많거든요.
저는 고인 물 같이 그렇게 뿌리내리려 하니 정말 문제는 문제입니다.
그런 제가 당신은 무척 답답했겠죠..
그리고 두 번째 내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배우고 익히는 사람인가? 아마 그 시작은 분명 반짝하고 있는데 하는 과정에서 분명 짜증내고 힘들어하고 괜히 시작했다고 투덜댈게 분명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서 왜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두려워하고 쫓기듯 할까요? 저의 속좁음이겠지요? 그래서 점점 시작이 두려워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 안심하는 성격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제가 끝을 정해두고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덮기도 하고요. 그냥 제 마음대로이겠지요..
그리고 내가 좋은 면만 보는 습관을 가진 사람인가? 아마도 저는 당신이 저의 롤모델이면서도 가장 불만이 많기도 합니다. 따라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름을 인정해 달라고 하니깐 참 우습죠? 언젠가는 당신처럼 해보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이제는 절대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어버리니...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점점 두려워하고 소심해지고 나태해지려고 합니다.
그러니 제가 싫어지지 않고 배길까요?
나도 내가 싫고 당신도 제가 싫을 테죠?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걷는 제가 좋았습니다.
단숨에 오르막을 오르는 그 짧은 시간이 좋았습니다.
오늘 포기하지 않고 걸었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매일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당신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새 잊었다는 게 너무 미안합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이제는 못 하겠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게 되나 봅니다.
기운차게 당신과 행복하고 싶습니다.
늙는다고 주저 앉지 않고 매사에 힘내 보겠습니다.
이제 마흔둘인 제가 이따위 말을 해서 욕먹을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그다지 이룬 것 없이 권태스러운 게 아닐까 심히 낙담하고 있지만 이제라도 매일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처럼..
2022년 당신의 생일날을 마음속 깊이 기념하며... 미리 쓰는 편지 남김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