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1일
브런치에 남기는 6번째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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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일이 오기 전에 쓰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일은 초복, 나의 생일은 중복인걸 확인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이번 주는 장마여서 눅눅하고 찝찝하여서 열대야라도 좋으니 어서 날이 개였으면 좋겠다고 앓는 소리를 했습니다.
작년은 여름 내도록 비가 와서 이번 한 주 내린 비를 참지 못하고 있는 제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하실 테지요?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가까이 있습니다.
백신을 8월이면 맞을 수 있을까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4차 유행을 잘 이겨내고 벗어나겠지요?
비 오는 날 마스크는 정말 괴롭습니다.
당신은 제가 피부 트러블이 심해지고 매번 울상이라 면 마스크마저도 못쓰겠다고 하니 실리콘으로 된 프레임 가드를 하나 사주었습니다.
저는 그거 없이는 마스크를 못 쓰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런 게 있다고 보여줬을 때 저는 신세계를 만난 듯 행복해했습니다.
저는 작은 것에도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끔 엄청 욕심이 나서 심술이 날 때도 있지만... 곧 그런 이기적인 마음은 사라지고 저로 돌아 돌아 돌아옵니다. (잘 기다려 주세요)
당신 생일에 편지 한 장 안 준다고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저는 여기에 남기는데 이건 당장 보여줄게 아니라서 언젠가 당신이 짜잔 하고 펼쳐보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바다에 떠다니다 당신의 손길에 우연히 닿길 바라며 혼자서 망상을 하지요. 사실 영원히 떠밀려 먼지 한 톨 될 수도 있습니다. (꼭 찾아주세요.)
당신의 피, 땀, 눈물로 제가 무사히 방통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장애도 없이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고 많이 미안합니다.
저도 당신의 노고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당신이 간혹 진중하고 악센트를 줘서 다시 콕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자~알 알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서 그런지 좀 자주 반복해서 저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입학해서 이후로 주~욱 코로나여서 과제물을 좀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학점도 잘 받아서 특수 아닌 특수를 누린 듯했지요.
너무나 홀가분하고 처음 국문학과를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처럼 속이 시원했습니다.
8월 25일에 후기 학위수여식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여서 ZOOM으로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마스크라도 끼고 나들이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고 합니다.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애인 하고만 다녀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라디오에서 들었습니다.
한숨이 나와야 하는데 좀 많이 무감해졌습니다.
코로나 변형이 많이 나와서 이제는 이름도 못 외울 지경입니다.
코로나 델타 다음은 뭘까요? 남미는 람다라고도 하던데...
코로나 이야기는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생일을 기점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 제 편지의 주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흔적을 찾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우울해지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더 떠올려봐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일이 될까 봐 조금 두렵습니다.
이사를 계속 미루게 되었는데 올해는 꼭 이사를 가야겠습니다.
사람답게 살자가 우리의 최대 목표인데 우리에겐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당신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코끝이 찡해집니다.
저는 청소를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았는데 어느덧 당신을 따라 익숙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그게 한 번이라 죄송합니다.
당신 선물을 고르다 제가 고르는 데는 역시나 한계가 있어서 계속 물었었습니다.
당신은 괜찮다고 말하기만 해서 제 마음대로 센스 없이 골라버리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때마침 당신이 원하는 게 있다고 해서 주말에 가기로 했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주말에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광안리 바다를 당신과 보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빵도 먹고 팔보채도 먹고 집까지 걸어 잘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 *
당신 생일이 지나고서 쓰고 있습니다.
기말시험 치고 한동안 필수과목 한 과목이 과락은 아닌지 고통스럽게 채점을 기다리다 결과 확인하고 무사히 졸업하겠다는 사실을 알고서 두 발 뻗고 자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벼랑 끝에 선 느낌이던지, 저는 다시는 학교를 못 다닐 것 같습니다.
하루가 너무 짧아서... 죽어서도 잘 잠을 저는 이 생에서도 기어코 채워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고단하다는 말이 입에 붙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당신보다는 언제나 저는 저에게 인생의 포커스가 맞추어 있어서 이건 아주 미안한 일인데... 당신에게 관심을 덜 갖는 제가 아주 이기적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신은 나의 집사가 아닌데 당신이 우스갯소리로 할 때마다 뼈 때리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죄책감을 너무도 싫어합니다.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속이 상하면 막말을 우리는 곧잘 주고받기도 하는데 왜 그럴까요?
인생이 고단하다 보면 그럴까요?
고단하지 않은 인생이 되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요즘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7시까지 스트레칭과 플랭크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업무를 보다 보니 하체 혈액순환이 안되고 밤마다 고통스럽고 고단함이 엄청 늘고 군살도 늘고 당신의 잔소리도 늘고 시선도 좀 그랬어서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당신은 1%에 드는 사람이라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심정을 정말 모릅니다.
화내는 건 아니고 아무튼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활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이게 진행 중이지요. 아직 멈춘 적이 3주? 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밤에서 아침으로 바꾼 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선택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지만 밤보다는 아침이 확실이 좋았습니다.
이야기가 저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서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갑자기 고민이 됩니다.
당신의 선물을 산 주말이 지났습니다.
당신은 오래 간직할 그것을 하나 만들어왔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저는 이를 적지 않고 다시 생각할 그것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잘 간직하고 있나요?
그것은 저보다 오래 남겨질지도 모릅니다.
실체는 없고 기록이 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것도 폐기가 되는 걸까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여름휴가는 전혀 계획이 없습니다.
코로나는 지방으로 더 확대되고 있다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로만 느끼는 것이라 대략 난감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듣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일이 지났습니다.
곧 저의 중복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초복에 삼계탕을 해 먹었습니다.
미역국은 제 생일에 해 먹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원했던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를 위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이를 들먹이지 말라고 했을 때
저는 생각 없이 당신의 나이를 잊어버리곤 제 나이를 말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어느 순간 당신 나이를 잊었던 겁니다.
이쯤이 아니었나 생각했는데 어느덧 훌쩍 저만치 가 있어서 순간 덜컥거리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아.. 당신이 그렇게 나이를 드셨을까..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오래도록 제 곁에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퇴근하고 빨리 당신에게 달려가겠습니다.
2021. 7. 15. by 훌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