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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an 04. 2018

당신의 자유여행은 이미 진행 중

올해 당신의 소망은?

그 시간은 지날 테고

다시 평이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테지


해외 첫 자유여행을 다녀오고 보름이 지났다. 잊기 전에 글을 남기려고 마음먹었는데 이만큼 시간이 지나버렸다. 여행 가기 전에도 미리 예상하고 말았지만, 역시나 그렇게 되고 말았다. 여행 계획이 치밀했던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시물레이션이 머릿속을 오고 가서 다녀온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게 했어야 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계획은 시간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자유여행의 묘미, 그것도 해외 자유여행의 묘미에 대해 할 말이 저도 이제는 너무 많지만, 지금에 와서 가장 좋았던 걸 손꼽아 보라면  '화, 수, 목, 금요일 일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이다. 누구나 일하고 있는 평일날 자유 여행하고 있는 내가 너무 신기했고, 행복했다. 단지 그게 너무 좋았다는 게 소소하지만, 정말 그랬다. 한 회사에서 12년을 일하면서 평일 여행은 한 번도 없었다. 2017년도 추석명절이 참 길었지만, 여행 계획도 없었고, 가족들과 가까운 곳을 다녀온 게 전부였고, 남은 명절은 뭘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 버렸버렸다. 정말 허무하게도 보냈다. 그런 줄도 모르게 살아왔다.








여행을 즐길 줄도,

원하지도 않았던 내가

변하고 있다.


요즘은 많이들 여행을 다녀오고, 누구나 쉽게 해외여행을 다닌다지만, 분명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테다. 해외 자유여행을 가기 전에 무척 걱정이 많았지만, 큰 무리 없이 다녀오고 보니 '다 사는 건 똑같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일어도 전혀 되지 않았지만, 일본 오사카에서 자유여행은 어렵지 않았다. (출발 전에 이미 중요한~ 티켓팅은 마친 상태) 맛집 예약부터 방문 시간 타이밍까지 오차 없이 진행되어서 기뻤다. USJ에서 아이같이 하루 종일 놀았던 것도 기억에 남고. 그 순간순간에도 시간을 느껴졌다. 지금 평일인데 나는 너무 자유롭다고 느껴져 행복했다.


평소 일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시간에 쫓기지 않을 것, 데이터를 사로잡을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쩔 수 없이) 한정되어있었고, 많은 것을 보되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방대한 자료가 한꺼번에 주어져도 사로잡는 힘이 내게 필요했다.







하루 하나씩 잃어버렸지만,

그것 마저도 추억!


공항에서는 시계를 두고 올 뻔했다. 이튿날에 동전지갑을 잃어버렸다. 셋째 날은 스파를 갔을 때 신발장 열쇠를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렸다. 넷째 날은 초밥집에서 여분 가방을 두고 온걸 까맣게 잊고 그 사람이 말해줘서 30분 뒤에 찾으러 갔다. 되돌아가서 찾아오느라 그날 밤은 꼬지 집에서 한 잔 더 하려고 했던 걸 못했다. (포장해와서 숙소에서 마무리)  


말이 통하지 않아서 펜을 들기도 했고, 일본인들만 가는 이자카야에 들어섰다가 메뉴판도 전부 일어이고, 주문받는 일본인도 전혀 적극적이지 않게 설명해주지 않아서 고민하다 나오려고 한적도 있다. 꿋꿋하게 구글 번역기를 돌려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번역해서 주문을 했다. (식은땀이 살짝 나고야 말았다.) 거기다 일본 지하철이 이튿날부터는 익숙했지만 그래도 헤매기도 했다. 역무원에게 짧은 영어로 입구를 묻곤 했는데 되돌아오는 질문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무서운 아빠곰 목소리)
where~ are~ you~ going~?



일본에 여행객들이 많이 온다는 기사를 아침마다 한 편씩 보는 것 같다. 정말로 한국사람, 중국사람이 많아서 낯설지 않았다. 일본인들만 찾는 맛집(그러나 이미 맛집으로 유명해져서 외국인이 많이 오는 듯), 마트, 이자카야 등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녔는데 그런 일상적인 느낌이 좋았다. 거기서 살고 온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언제 다시 와보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기서 살면 어떨까?'를 상상하며 많이 느껴보자고 생각했다.


한 번의 자유여행으로 모든 나라를 다녀도 이와 같을 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식-웃어버렸다. 내가 원했던 건 일하지 않는 평일 그 순간들이었는지도 몰랐다. 25살 이전과 이후로 내 인생은 나눠지는 편인데 어렸을 때 조금 더 많은 자유여행을 다녔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늦었지만 지금부터 앞으로 10년은 더 자주 자유여행을 다녀보자라고 다짐했고 늦둥이 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너 답게 살아봐.


너 답게 살아보라는 말에 답하기는 참 어렵다. 나다운 게 뭔지 알아야 할 테니깐. 정말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날 수 있다. 나는 내가 놓쳤던 시간이 아쉬웠다. 철도 늦게 들었고, 세상 물정을 정말 몰랐다. 아직도 나날이 배워나가고 있지만 조금 더 이르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시간이 아깝다. 갈수록 체력적으로 부딪히는 것도 늘어나고 있어서 더 건강해져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내 숙제는 일이 일로서만 끝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그리고 일하는 내가 좋기도 하다. 이상한 말이지만, 지금은 그렇다. '(마음은) 노는 것처럼 일하자' 주의다. 즐겁게 일하려면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아직 모르는 이론은 많지만,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뒤처져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 시간에 좌우되고 싶지 않고 움켜쥐고 싶다.


이미 내 인생 자유여행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와 비교되지 않고 스스로 완성시키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이제 자유여행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모든 기운을 나누고 싶은데 이 글로는 부족하기만 하다.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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